본문 바로가기
공무원 시험 이야기

공무원 시험, 9급보다 7급이 합격하기 쉽다고?

by (^ㅛ^) 2021. 5. 4.
반응형

수험 난도 측면에서 9급과 7급의 차이

 

9급과 7급의 차이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만 이번에는 입직 후 리워드에 대해 다루지 않고 수험 전략적으로 어느 것이 합격하기 더 쉬운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즉, 9급이 붙기 쉬운지, 7급이 붙기 쉬운지 이야기해 보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7급이 합격하기 훨씬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경우에 따라선 9급 합격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1. 9급은 기본 실력이 중요하고 7급은 엉덩이가 중요하다

고등학교 시절 공부 좀 했던 기본 실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9급은 붙기 쉬운 시험이었다. 9급은 선택과목에 표준점수제도가 도입되어 있기 때문에 공통과목만 잘하면 합격하기 때문이다. 국어와 영어 실력에 어느 정도 기본기가 되어있는 사람들은 한국사 공부만 조금 해주면 금방 합격한다. 실제로 행정법이나 사회 같은 것은 70점만 받아도 국어, 영어, 한국사를 합한 점수가 시험이 쉽게 나오면 280점, 시험이 어렵게 나오면 270점만 되면 합격에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2022년부터는 9급 시험에서도 조정점수제도가 없어진다. 때문에 영어 1문제와 행정법 1문제가 같은 비중으로 중요해진다. 따라서 영어를 90점 받는 거나 행정법을 90점 받는 거나 총점에 미치는 영향은 같다. 이렇게 생각하면 영어를 잘하는 것이 별로 유리하지도 않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영어는 여전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영어 성적을 올리기가 행정법 성적을 올리기보다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행정법 100점을 받기 위해 2천 시간 공부해야 한다고 치고, 영어 100점을 받기 위해 1만 시간 공부해야 한다고 치면 원래 영어실력이 100점인 사람은 2천 시간만 공부해도 합격할 수 있지만 영어실력이 0점인 사람은 12,000시간을 공부해야 합격할 수 있다.

 

(원래 대학교 때 법을 전공해서 행정법 점수가 100점인 사람은 10,000시간 동안 영어공부를 해야 합격할 수 있다)

 

 

공무원 시험, 영어 공부 안하고 합격할 수 없을까?

공무원 영어에 대해 공무원 시험에서 가장 어려운 과목을 하나만 꼽으라면 영어가 아닐까 싶다. 공무원 시험 합격의 열쇠는 영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합격하기

ghtofns.tistory.com

 

2018년 시험부터 공무원 국어 시험이 단순 지식을 묻는 암기형 시험에서 비문학의 비중이 높아진 수능형 시험으로 변화하고 있다. 

국어 비문학 독해나 영어 독해는 1년에서 2년 단기간 공부를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5, 10년에 걸쳐 실력을 쌓아야 한다. 어쩌면 타고난 언어적 머리가 없으면 평생을 해도 안 될 수도 있다. 

하프 모의고사 몇 달 푼다고 영어 독해 실력이 여간해서 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이 있는 사람들은 심지어 영어공부를 1년간 아예 하지 않아도 실제로 시험장에서 성적은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당일 컨디션만 좋으면 점수가 5점에서 10점씩 오르기도 한다.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이 있다는 기준은 토익으로 치면 대략 800~850점 이상이라고 생각한다.(사실 이 기준도 시대가 지남에 따라 점점 상향 평준화될지도 모른다. 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9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9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200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훨씬 영어 교육을 많이 받으면서 자랐을 테니까) 아무튼 요즘 토익 점수가 800점에 못 미치는 사람은 9급 붙기가 쉽지 않다.
 
7급 시험으로 이야기를 확장해보자

 

7급 시험에는 또 다른 변수가 있다. 7급 시험은 기본적으로 7과목을 모두 잘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과목도 없고 덜 중요한 과목도 없다. 영어 한 과목 망한다고 합격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나머지 6과목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국가직 7급의 경우 영어 과목이 없기 때문에 죽었다 깨어나도 영어 실력이 잘 안 오르는 영포자들 도전해 볼 만하다.

 
그렇다면 영어를 잘하면 9급이 쉽고 영어를 못하면 7급이 오히려 쉬운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꼭 그런 것이 아니다. 7급은 9급보다 암기과목이 많다는 것이 내 말의 요지이다. 국어와 영어는 이해 과목이다. 이해 과목 같은 경우는 1~2년에 실력을 향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국사나 행정법, 행정학, 헌법 같은 과목은 국어, 영어에 비해 1~2년 공부를 하면 성적을 비교적 쉽게 올릴 수 있는 암기과목이다.

 

7급은 암기과목이 5개고 9급은 암기과목이 3개이다. 심지어 그 3개 중에 2022년 이전에는 2개는 안중 요하고 1개만 중요하다. 실질적으로 2022년 이전 기준으로 9급은 암기과목이 1개이다. 

 

바로 여기서 엄청난 차이가 생긴다. 암기를 잘하려면 물론 타고난 머리가 가장 중요하지만 노력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암기를 잘하려면 책상에 오래 앉아있으면서 계속 외우고 또 외우는 반복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게으른 천재보다 노력하는 바보가 암기를 더 잘하고 이들이 7급 시험에 더 합격하기 적합하다.
 
물론, 7급을 준비하는 수험생의 집단과 9급을 준비하는 수험생의 집단이 같지는 않다.  7준생들이 기본적으로 9준생들보다 우수하다. 더 똑똑하다. 타고난 머리가 더 있다. 심지어 고등학교 때 공부 좀 해봤다고 엉덩이도 더 무겁다. 그래서 실제로는 7준생들이 9급으로 돌리면 7급보다 합격하기 쉽다. 7급에 합격하는 수험생들은 대부분 9급도 중복 합격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물론 있다.)

 

2. 실제 사례: 모집 직렬 신설에 따른 행운 _ 고용노동부 7급 분리 채용

2018년부터 고용노동부는 같은 7급이어도 따로 분리하여 채용했다. 2017년까진 국가직 7급 일반행정 합격자 중에서 일부는 고용노동부로 배치가 되었지만 2018년부턴 국가직 7급 일반행정 합격자는 고용노동부로 배치되지 않기 시작했다. 시험 과목도 다르다. 고용노동 시험과목엔 일반행정 시험과목(국어, 한국사, 헌법, 행정법, 행정학, 경제학)에서 행정학이 빠지고 노동법이 들어가게 되었다.

 

실제로 2018년에 고용노동부 7급을 따로 채용하게 되었을 때 필기시험 합격선이 매우 낮았다. 당시 일반행정 필기시험 합격선이 80.00이었고 고용노동은 69.66이었다. 평균이 10점이나 차이 났는데 한 문제에 5점이니까 일반행정에 비해 12문제나 덜 맞혀도 합격할 수 있었다. 이때 고용노동부 9급 시험보다 7급 시험이 더 쉬웠다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아는 후배가 있었다. 3년 동안 7급 일반행정을 준비했는데 결국 합격각이 안 보여서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을 접으려는 후배였다. 반 장난 반 진심으로 포기할 거면 고용노동부나 한번 넣어보라고 권했다. 그 후배는 내 말을 듣고 정말 고용노동부에 지원했고 부랴부랴 노동법을 1달 준비했다. 결국 최종 합격하였다. 일반행정을 붙기엔 턱없이 부족한 성적이었지만 고용노동부에 합격하기엔 충분한 성적이었다. 아직도 나한테 고마워한다. 내 덕분에 공무원이 될 수 있었다고.

 

3. 응용

스스로 머리가 좋지만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A라는 7준생이 있다고 치자. 수차례 7급 시험에 낙방한 A 9급으로 돌렸다. 하지만 합격하지 못했다. 왜 그럴까?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모든 시험은 머리 곱하기 엉덩이이기 때문에 9급 합격을 위해서도 어느 정도 엉덩이가 필요한데 이 엉덩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9급이라도 엉덩이가 0이라면 합격할 수 없다.

 

합격 = 머리 X 엉덩이

 
스스로가 머리는 안 좋지만 노력은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9준생 B가 있다. B 역시 7급은 머리보다 엉덩이가 중요하다는 말을 어디서 듣고는 7급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하지만 B도 합격하지 못했다. 왜 그럴까? 마찬가지로 B는 노력은 했으나 7급에 합격할 정도의 머리가 못되었기 때문이다. 워낙에 7준생 풀 자체가 머리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스스로가 머리는 안 좋지만 노력은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7준생 C가 있다. C는 영어를 못한다. 9급 시험엔 떨어졌지만 7급 시험엔 합격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말하면서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이론적인 이야기는 위에서 길게 했지만 현실 공무원 시험에서 9급이건 7급이건 게으른 천재보다 노력하는 바보가 합격할 가능성이 높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