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출문제집이냐 기본서냐? 무엇으로 공부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출문제집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기본서는 양이 너무 많습니다. 웬만큼 두뇌가 비범하지 않고서는 그걸 다 소화할 수가 없습니다. 소화할 수 없는 양을 소화하려고 노력하다가 아무것도 소화하지 못하는 것보다 소화할 수 있는 적당한 양을 완벽히 소화하는 것이 수험 합격의 핵심입니다. 스스로의 머리를 과신하면 안 됩니다. 머리가 그렇게 스마트한 사람이라면, 아마 공무원 시험 준비 말고 다른 걸 하는 게 나을걸요?
↓수험에 실패하는 사례(예시)↓
수험생활을 이제 막 시작했다고 칩시다. 한국사는 A강사를 선택했습니다. 기본강의를 1개월에 걸쳐 완강했습니다. 강사가 추천해주는 커리큘럼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기본강의를 들었으니 이제 기출문제집을 풀면 됩니다. 기출문제집을 펴고 한 문제 두 문제 풀어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깜짝 놀랍니다. 기본강의 때 다루지 않던 내용이 기출문제집에 등장한 것입니다. 기본강의가 가장 다루는 양이 많다는데 기본강의를 들어도 기출문제에 기본강의 때 다루지 않은 내용이 등장하니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점점 강사에 대한 믿음까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기본서에 없는 내용이 기출문제집에 등장하는 걸로 봐서 내가가 선택한 A강사의 기본서가 너무 얇고 양이 부실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합니다.
안되겠다 싶어서 다른 강사를 찾기 시작합니다. B강사는 기본서가 1,000페이지나 더 두껍다고 합니다. 안심이 됩니다. B강사의 기본서만 마스터하면 기출문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기출 되지 않은 문제까지 모두 맞힐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듭니다. B강사의 커리큘럼을 따라서 95점을 받았다는 합격후기까지 보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그렇게 다시 3달간 B강사의 기본서를 보고 기출문제를 풀었습니다. 다행히, B강사의 기출문제집에 있는 문제는 B강사의 기본서에서 다룬 내용으로 모두 풀 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제 수험공부를 시작한 지 6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아직 행정법과 행정학이 부족해서 합격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일단 다들 시험은 경험 삼아 응시해보라고 하니까 현장 분위기도 파악할 겸 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한국사 점수는 B강사의 커리큘럼을 따랐으니 잘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철석같이 믿고 따르던 B강사의 기본서에 없는 내용이 시험에 출제된 것입니다. 집에 와서 가채점을 해보니 충격적인 점수 65점이었습니다.
수험생 커뮤니티를 들어가 보니 이번에 시험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B강사의 기본서를 모두 마스터해도 8번 문제는 4개의 선지 중 3개까지밖에 추려낼 수 없었고 12번, 13번, 18번 문제는 2개까지밖에 추려낼 수 없었다고 합니다. 문득 A강사를 듣는 친구한테 몇 점을 받았는지 점수를 물어봤습니다. 그 친구는 85점을 받았다고 합니다. 8번 문제는 확실히 정답이 될 수 없는 선지 하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선지 3개 중에 찍었는데 운이 좋아서 맞았고 12번, 13번, 18번 문제는 2개의 선지 중에 찍었는데 운이 나빠서 모두 틀렸다고 합니다. 나는 8번, 12번, 13번 문제는 물론이고 나머지 다른 친구들이 쉽게 다 맞히는 문제도 더러 틀려서 65점을 받는데....... 혼란스러워집니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독서실로 향하여 다시 B강사의 기본서를 펼쳐놓고 찾아보기 시작합니다. 내가 틀린 쉬운 문제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니 역시 책에는 다 있었습니다. 내가 공부가 부족했으니까 다음 시험에는 잘 볼 수 있겠지 생각합니다. 하지만 순간 불안한 기분이 엄습합니다. 내가 과연 이 두꺼운 책을 다 마스터할 수 있을까? 내 친구는 A강사의 기출문제집만 보고도 85점을 받는데....... 85점이면 합격하기에 충분한 점순데.......
※ 참고로 위 사례에서 A강사가 기본강의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기출문제집에 있는 개념은, 그 개념에 대해서는 기출문제집을 통해 공부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이미 최신 경향과 거리가 멀지만 기출문제집을 만들 때 편집 과정에서 실수로 포함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항상 기본서에 모든 내용이 다 있고 기출문제집은 그것보다 적은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어느 문제집에나 조금 빠진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빠진 개념이 없는 수험서를 찾으려고 노력하면 시험에 반드시 불합격하게 됩니다. 조금 빠진 기출문제집으로 공부해도 합격하는 데엔 지장이 없습니다.
단기에 합격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수험생은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두꺼운 기본서는 우리가 다 소화할 수 없는 많은 양의 정보가 들어있다. 심지어 얇은 기본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인 7급, 9급 수험생들의 머리로는 얇디얇은 기본서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습니다.
분명 공부해야 할 양을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기출 된 개념, 쉬운 개념만 실수하지 않고 맞혀도 80점(16문제)은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고 나머지 4문제 중 3문제를 50%의 확률로 찍고 1문제를 33% 확률로 찍는다 해도 기대되는 점수는 확률적으로 89.15점입니다. 85점 90점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양을 어떻게 줄여야 할까요?
중요한 것을 우선 먼저 공부해야 합니다.
분명히 확실히 명백히 중요한 개념을 먼저 공부하고 덜 중요한 개념은 중요한 개념을 다 마스터 한 뒤에 공부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요도 순으로 공부해야 할 대상을 나열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순서부터 나열하면,
문제를 출제하는 교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시험에 이미 기출 된 개념(A라 하겠습니다) > 아직 기출은 안 되었지만 강사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곧 기출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개념(B) > 아직 기출은 안 되었지만 강사들이 어느 정도는 중요하다고 여기는 개념(C) > 강사들이 별로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으면서 기본서에 수록해 놓은 개념(D) 순으로 나열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도를 나눠봤으니 이번엔 A, B, C, D 개념들이 각각 어느 책에 실려 있는지 나열해 보겠습니다.
○ 기본서
책이 다루는 내용: A, B, C, D
※ 간혹 A마저도 기본서에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리 기출 된 개념이라도 다시는 시험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개념도 있기 때문이다. 책을 집필한 강사가 이런 개념은 과감히 책에서 빼버린 것입니다.
○ 요약노트(필기노트)
책이 다루는 내용: A, B, C
○ 기출문제집
책이 다루는 내용: A
※ 간혹 B도 기출문제집에 수록하는 강사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강사를 좋은 강사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B개념은 결코 버리면 안 되는 개념이라 공부를 하긴 꼭 해야 되는데 수험생은 여러 권의 책을 보는 것보다 기출문제집 한 권으로 공부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책이 한 권이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이동하면서 보기에도 쉽고 시험 당일 아침에 가지고 가기도 쉽고 집중도도 올라갑니다. 계획표 세우기에도 편합니다. 장점이 많지요.
○ 파이널 모의고사
책이 다루는 내용: A, B, C, D
※ 단 A, B, C, D 개념이 모두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A 중에서도 일부, B 중에서도 일부, C 중에서도 일부, D 중에서도 일부가 들어있습니다. 즉, 책이 다루는 내용 자체가 매우 적으며 그중에는 중요하지 않은 개념들도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기본서, 필기노트, 기출문제집, 파이널 모의고사를 모두 다 달달달 공부하는 것은 우리 머리가 컴퓨터가 아닌 이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보통의 수험생은 2~3개 정도의 콘텐츠를 골라서 공부합니다.
저는 기출문제집만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아니, 강요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수록 내용이 가장 적습니다. 그만큼 공부해야 할 범위가 가장 좁습니다.
두 번째, 어차피 시험장에서 어려운 개념, 모르는 개념이 나오면 그 개념은 기본서에도 없는 개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 번째, 기출 된 개념만 완벽히 마스터해도 합격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점수를 받습니다.
세 번째 이유에 대해 조금 더 부연설명을 하겠습니다. 물론 과목마다 다르긴 하지만 법 과목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2016년 지방직 7급 헌법이 어려웠습니다. 그 당시 저는 수험생활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 정도 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전 시험장에서 헌법을 75점 받았습니다. 당연히(?) 그 시험에선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2017년 6월 경, 국가직 7급을 준비하면서 2016년 지방직 7급 헌법 기출문제를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서 다운로드하여서 1번부터 20번까지 다시 풀어보았습니다. 8개월여 만에 다시 풀어본 셈이지요. 그런데 70점을 받았습니다. 충격적이었죠. 오히려 점수가 떨어지다니....... 지난 8개월의 시간이 무의미해 보였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때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오히려 점수가 떨어지는 경험을 합니다.
공부를 계속해도 한번 아는 문제는 여간해서 잘 다시 틀리지 않고 공부를 더욱더 해도 한번 틀린 문제는 다시 풀어도 또 헷갈리며 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떠한 계기로 인하여 모 강사의 헌법 기출문제집에 있는 기출문제를 1번부터 끝번까지 3일에 걸쳐 쉬지 않고 풀었던 적이 있습니다. 끝번호가 몇번인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대충 1000번이라고 해보겠습니다. 1번부터 1000번까지 모든 문제를 쉬지 않고 푸니까 왠지 머릿속에 개념들이 잊혀지지 않고 남아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며칠간 다른 과목은 손도 안댔습니다)책을 덮고 곧바로 2016년 지방직 7급 헌법 기출문제를 다시 풀어봤습니다. 그런데 웬걸? 90점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그 기출문제집에는 2016년 지방직 7급 헌법 기출문제가 수록되기 이전에 출판된 책이었습니다. 1번부터 마지막번째 문제를 푼 따끈따끈한 기억으로, 머릿속에 아직 기출문제가 휘발되지 않고 남아있는 상태로 그 어려웠던 2016년 지방직 7급 헌법 기출문제를 풀었는데 술술 풀리는 놀라운 경험을 한 것입니다. 2개밖에 안틀리다니!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려면 법과목은 90점이상 받아야 한다는데 나도 합격각이 보이는구나!
꽤나 어려웠던 2016년 지방직 7급 헌법 문제 중 어떤 문제는 옳은 것을 고르라는 문제였는데 정답인 1번 선지가 기출문제집의 1번부터 1000번 사이에 기출이 된 적이 있던 것이었습다. 나머지 2~4번 선지는 기출된 적 없고 새로이 출제되는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정답을 고르는 데엔 지장이 없었습니다.
또 다른 어떤 문제는 틀린 것을 고르라는 문제였습니다. 1, 2, 3번 선지는 1번부터 1000번 사이에 기출이 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4번 선지는 기출이 된 적이 있었고 이것이 틀린 것은 명확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쉽게 풀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아! 기출문제만 모두 알면 선지 4개를 다 모르더라도, 심지어 1개만 제대로 알아도 정답을 도출할 수 있게 문제를 출제하는구나.......
"설령 기출문제만 알아서는 정답을 도출할 수 없게 문제가 출제되더라도 대다수의 수험생은 어차피 나와 똑같이 그 문제는 틀리겠구나....... 왜냐하면 합격하는 보통의 수험생은 기출문제를 다 소화하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것조차 버거워하니까......."
이때부터 저의 공부 방향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기출문제만 다 알고 들어가자는 것으로 목표가 바뀌었습니다.
그 뒤로 기본서는 창고에 처박아 두고 기출문제만 보았습니다. 그리고 합격했습니다.
나중에 면접스터디를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에 합격하는 수험생의 대부분은 기본서는 물론이고 기출문제조차 다 소화하지 못하고 합격을 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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