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출문제가 중요하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수험생들도 기출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머리로는. 가슴으로(뼈에 사무칠 정도로) 그 중요성에 대해 느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이번에는 최신 기출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사실 내가 공무원 수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의 모든 내용 중 첫 번째 아니면 두 번째 정도로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여기서 말하는 최신 기출문제집이란 아직 강사들의 책에 수록되지 않은, 출판 당시에 아직 시험이 시행되지 않던 기출문제를 말한다.
즉 A강사의 행정학 기출문제집이 2017년 7월 1일에 발행되었다고 가정하면 2017년 6월 24일에 치러진 서울시 9급 행정학 기출문제는 이 책에 없을 것이다. 강사들의 책에도 아직 수록되어있지 않은 기출문제를 나는 최신 기출문제라고 부르겠다.
본격적으로 이 최신 기출문제가 왜 중요한지 이야기해보겠다.
다음은 2017년 6월 24일 시행된 서울시 9급 한국사(A책형) 기출문제다.
17. 밑줄 친 이 책의 저자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이 책은 왕과 사대부를 위해 왕도정치의 규범을 체계화한 것으로 통설, 수기, 정가, 위정, 성현도통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성리학의 정치 이론서인 「대학연의」를 보완함으로써 조선의 사상계에 널리 영향을 미쳤다. |
이 문제가 출제된 직후 수험생들이 자주 모이는 커뮤니티에선 난리가 났었다. 이황의 『성학십도』인지 이이의 『성학집요』인지 헷갈려서 이 문제 푸는데 어려움을 겪은 수험생이 상당히 많았다. 실전에서 『성학십도』는 책이 아니고 그림이기 때문에 『성학집요』라고 접근한 수험생은 우수한 수험생이다.
하지만 총알이 날아다니는 시험장에서 그것까지 캐치해 내는 우수한 수험생은 소수였다. 나는 우수하지 못한 평범한 수험생이었고 이황인지 이이인지 고민하다가 대충 이황이라고 생각해서 틀렸다. 정답은 이이의 『성학집요』였다. 나뿐만 아니라 틀린 사람이 적잖이 있었다.
이 문제를 2~3천 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꺼운 수험서와 대학교 전공서적들을 보지 않고 보통의 수험생의 입장에서 미리 대비할 순 없었을까?
대비할 수 있었다.
어떻게 대비할 수 있었냐고? 최신 기출문제를 면밀히 공부했으면 대비할 수 있었다.
불과 서울시 9급 시험이 치러지기 일주일 전에 치러진 2017년 6월 17일 교육행정직 9급 한국사(A책형) 기출문제를 풀어봤다면 어땠을까? (그냥 대충 쓰윽하고 풀어보는 것이 아니라 집중해서 면밀히 기출문제를 분석해 가면서)
9. 다음 인물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그는 성리학의 정치 이론서인 대학연의가 간결하지 못한 점을 비판하고, 군주가 성학을 이이해하는 데 신하의 역할을 중시하는 입장을 담은 책을 저술하였다. 이 책은 통설, 수기, 정가, 위정, 성현도통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후 사상계에 널리 영향을 미쳤다. |
“그는 성리학의 정치 이론서인 대학연의가 간결하지 못한 점을 비판하고, 군주가 성학을 이해하는 데 신하의 역할을 중시한다는 입장을 담은 책을 저술하였다.”라는 문구는 수험생이 너무나 익숙하게 평소에 잘 알고 있는 사료의 한 부분이다. 따라서 교육행정직 시험 실전에서는 “이 책은 통설, 수기, 정가, 위정, 성현도통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후 사상계에 널리 영향을 미쳤다.”라는 말은 읽지도 않고 이이라고 답 체크하고 넘어간다. 나도 교육행정직 실전 시험장에서 그랬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 서울시 9급 시험이 있기 일주일이란 시간이 주어졌을 때 위 사료의 앞부분 말고 뒷부분(“이 책은 통설, 수기, 정가, 위정, 성현도통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후 사상계에 널리 영향을 미쳤다.”)에 대해 조금 더 세심하게 공부를 했었다면 일주일 뒤에 치러진 서울시 9급 시험에서 사료의 앞부분(“그는 성리학의 정치 이론서인 대학연의가 간결하지 못한 점을 비판하고, 군주가 성학을 이해하는 데 신하의 역할을 중시한다는 입장을 담은 책을 저술하였다.”)을 힌트로 주지 않은 문제도 쉽게 맞힐 수 있었을 것이다.
깊은 반성을 했다. 맞은 문제여도 곧바로 성실히 공부해야 한다. 사료가 조금씩 변형되어 다시 출제된다는 것을 배웠다. 후회도 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기출문제는 반복되어 출제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금방 반복되어 나올 수도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물론 최근에는 서울시, 지방직, 지방교육행정직 모두 같은 날에 시험을 본다. 문제도 인사혁신처에서 일괄적으로 출제한다. 때문에 이렇게 까지 시험문제가 비슷하게 출제될 가능성은 예전보다는 낮다고 본다. (실제로도 인사혁신처에서 시험을 출제할 때 최근에 비슷하게 출제된 문제가 있는지 체크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공무원 시험 문제를 인사혁신처에서 전부 출제하는 것은 아니고 1년간 많은 기출문제가 생산되고 있으며 문제를 선정하는 위원들(보통 대학교 교수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시기에 따라 비슷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분은 최신 기출문제를 소홀히 하지 않고 비중 있게 공부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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