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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이야기

공무원 연금으로 노후 대비 가능할까?

by (^ㅛ^) 2021. 5. 5.

공무원 연금과 인플레이션

 

내가 수험생활을 시작하던 때엔 이미 공무원 연금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진행된 이후였다. 내가 공무원 수험을 시작하겠다고 하니, 2012년에 7급 공채로 입직한 대학교 같은 과 동기가 공무원은 이제 연금 보고하면 안 된다고 조언을 했다.

 

공무원 연금이 반토막*났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때문에 별로 놀라지도 않았고 그 당시엔 돈은 인생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연금을 적게 받아도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나이브한 생각이다. 돈은 중요하다.

 

*2021년 현재 공무원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퇴직 선배 공무원들은 수령액이 삭감되지 않았다. 많은 공무원이 아닌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인데 일정 시점 이후에 입직한(혹은 퇴직한) 공무원들은 연금 수령액이 예전 공무원들에 비해서 대폭 감소된 것이 사실이다.

 

9급으로 30년 일했을 경우엔 만 65세부터 현재 가치 기준으로 130~140만원 정도 받고 7급으로 30년 일했을 경우엔 140~150만 원 정도 받는다고 대충 알고 수험에 뛰어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회사를 그만두기 전 나의 초임 월급이 2015년 당시 270만원이었는데 그것의 절반밖에 안 되는 돈으로 노후를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별 경각심**을 갖지 못했다.

 

**다른 나라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비 구조 및 인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20~50대에 오히려 돈을 절약하고 몸이 늙고 노쇠해지는 60세 이후에 돈을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30~40대가 자녀 양육과 교육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 나는 벌써부터 은퇴 이후 병원비가 걱정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우리는 백세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60대가 되어 몸이 약해지고 노동을 할 수 없는 시점이 왔을 때 경제적으로 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그야말로 생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차라리 100살까지만 살면 다행이다. 어쩌면 120살까지 살지도 모른다.

 

정확한 공무원 연금 산정 공식과 수령 예상액은 추후에 계산해보도록 하고 우선 직관적인 설명만 간단하게 해볼까 한다.

 

퇴직 공무원인 홍길동씨는 연금수령자이다. 정확히 한 달에 얼마를 받고 살아가는지는 모르겠다. 사람마다 다를 테니까. 그냥 편의상 200만 원을 받는다고 가정하겠다. 그런데 실제로 최근 5년(2016~2020) 동안 매 월 수령하는 연금액이 동결되었다고 한다.

 

2015년에는 200만원으로 짜장면을 몇 그릇 사 먹을 수 있었을까? 그 당시 짜장면 한 그릇에 5,000원이었다고 가정해보자. 2015년에는 한 달 연금을 받으면 짜장면을 400그릇 사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물가는 계속 올라간다.

 

지금은 짜장면 한그릇에 9,000원은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동결된 연금 200만원으로는 짜장면을 222 그릇밖에 사 먹을 수가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 짜장면의 맛이나 양은 딱히 개선된 것이 없는데 178 그릇이 공중으로 증발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가슴이 먹먹해진다.

 

물론 연금이 평생 동결되는 것은 아니다. 연금이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여 비슷하게 상승하기도 한다. 하지만 퇴직 공무원 홍길동이 포기해야 했던 짜장면 178 그릇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짜장면 값도 상승하는데 병원비도 의료기술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지속적으로 상승하지 않을까? 연금소득자가 본격적으로 돈의 중요성을 더욱 더 체감할 80살, 90살이 되면 한 달에 필요한 병원비는 얼마일까? 동결된 연금 200만 원으로 병원비나 할 수 있을까?

 

나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내가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쥐고 있는 것이 과연 옳을까?

 

물론 세상에는 인플레이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연금이 병원비 걱정 안 해도 될 정도로 안정적으로 잘 상승해 줄지도 모른다. (근데 정말 과연 그럴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것 같은데.......) 앞으로 과학기술이 발달해서 병원비 자체가 크게 감소할 수도 있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디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에 현대 경제 체제에선 세계적으로 2%정도의 완만한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한다.

 

우리는 30년 뒤에 안정적으로 짜장면을 먹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