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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이야기

공무원 국가직 vs 지방직 비교(공시생들이 흔히 오해하는 점)

by (^ㅛ^) 2021. 4. 30.

1. 국가직은 승진이 빠르고 지방직은 승진이 느리다?

우선 국가직도 승진이 빠른 국가직이 있고 승진이 느린 국가직이 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국가직도 본부에서 근무해야 승진이 빠르다. 국가직도 소속기관이나 특별지방행정기관에서 근무하면 승진이 더디다. (지방병무청 등)

그러니까, 국가직 부처 중에서도 특별지방행정기관 위주의 조직은 승진이 느리고 본부 위주의 조직은 승진이 빠르다.
※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사례: OO지방고용노동청, OOOO지청, OO세무서, OO지방병무청 등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특별지방행정기관이 많은 조직은 피라미드형 직급체계이며 본부 위주의 조직은 1자형 직급체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용노동부 같은 경우는 지청 위주의 조직이다. 전국에 42개의 지청이 있고 6개의 청이 있다. 12개의 노동위회가 전국에 있고 최저임금위원회와 산재보험재심사위원회가 세종에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근무하는 7,567 명의 공무원(및 근로자) 중 세종 본부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609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6,958명은 본부가 아닌 소속기관에서 근무하는 것이다. ('20.6. 기준)

1자형 직급체계에서 승진이 빠르고 피라미드형 직급체계에서 승진이 느린 이유에 대해 설명하겠다.
1자형 직급체계인 본부의 경우, 3급이 퇴직하면 4급이 그 자리로 가고 4급이 있던 자리에 5급이 가고 5급이 있던 자리에 6급이 자연스럽게 승진한다. 경쟁이 없다.
한편, 피라미드형의 직급체계를 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경우, 지청장이 4급이고 그 밑에 센터 소장과 각 과 과장들이 5급인데 1명의 4급을 5명의 5급들이 보좌하고 있으며 5급 한 명이 6급 10명과 7급 4명, 8급 4명을 거느리고 있다. (모두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이해하기 쉽게 대강 예를 든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4급 지청장 한 명이 정년퇴임을 할 경우에 5급 5명이 그 자리로 가기 위한 경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하나의 5급 자리를 채우기 위해 6급 10명이 경쟁을 하는 것이고 6급 자리 하나를 채우기 위해 7급 4명이 경쟁을 하는 것이다. 같은 원리로 청의 경우가 지청보다 승진이 수월하다. 청장은 3급이기 때문에 청에는 4급 티오가 지청보다 많기 때문이다.

지방직의 경우는 크게 광역자치단체(ex. 서울시청, 경기도청, 대전시청)와 기초자치단체(ex. 서울시 강남구, 경기도 안양시, 대전시 동구)로 나뉘는데 기초자치단체는 국가직의 소속기관 느낌이라면 광역자치단체는 국가직의 본부 느낌이다. 이렇게만 단순히 쉽게 생각하면 기초자치단체보다 광역자치단체가 승진이 빠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변수가 존재한다.(승진이라는 것엔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빽 있는 사람 위에 관운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승진 속도는 특히 인구에 달려있다.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 지방직은 그야말로 승진 깡패라고 할 수 있다. 인구가 증가 추세에 있다면 주민센터(동사무소)의 숫자도 늘어나고 동사무소의 숫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5급 동장의 자리가 더 생기는 것이고 동장 하나를 보좌하기 위해서는 6급 팀장과 7급 8급 실무자들이 그만큼 더 필요하기 때문에 6급 자리와 7급 자리가 늘어나는 것이다. 신규공무원 채용도 그만큼 많다.

퇴직하는 공무원이 얼마나 많은지도 승진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군대를 다녀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군대 내에서는 풀린 군번과 꼬인 군번이라는 개념이 있다. 풀린 군번은 내가 입대했는데 부대 내에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상병장들로 수두룩 한 것이고, 꼬인 군번이란 것은 내가 입대를 했는데 상병장들이 별로 없고 일이병들이 엄청 많은 경우를 말한다. 상병장들이 많으면 일이병들은 그만큼 고생을 한다. 상병장들의 심부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참고 군생활을 해내면 상병장들이 전역을 해버리면 그만큼 내 후임으로 일이등병들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내가 상당히 편하게 군생활을 할 수 있다.
공직도 마찬가지다. 공직생활을 시작했는데 곧 퇴직이 얼마 안 남은 50대가 많다면 10년만 참으면 내가 승진을 빨리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공직생활을 시작했는데 연령대가 젊은 상사들이 많으면 그 사람들이 퇴직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오랜 시간 동안 나는 승진할 수가 없는 것이다.(자리가 안 생기기 때문)

연령대가 올드한 공무원들이 많은 조직이거나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의 기초자치단체라면, 승진 속도는 본부 위주의 조직인 국가직 못지않게 빠르다. 특히 연공서열이 승진에서 중요시 여겨지는 지방직 분위기상 한 번 승진이 빠른 사람은 후배한테 밀리지 않는 이상 계속 빠른 승진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구가 증가하는 지방직 공무원이 한번 승진을 빨리 했다면 그것만큼 탄탄대로도 없다.

승진이 빠른 경우 승진이 느린 경우
- 본부 위주 조직
- 광역자치단체
- 인구 증가 추세 지방직
- 퇴직예정자 많은 조직
(연령대 늙은 조직)
- 소속기관(지청 등) 위주 조직
- 기초자치단체
- 인구 감소 추세 지방직
- 퇴직예정자 없는 조직
(연령대 젊은 조직)

※ 참고로 연령대가 늙은 조직이 소위 꼰대가 많아서 젊었을 땐 고생을 많이 한다. 그만큼 금방 고생이 끝날 것이다. 연령대가 젊은 조직은 꼰대가 별로 없고 합리적인 것 같지만 내 위에 사람이 퇴직을 안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국가직이라고 승진이 빠른 것도 아니고 지방직이라고 승진이 느린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2. 직급이 높으면 편하다?

편하다는 것의 기준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소위 말해 몸이 편해 보이는 관리자들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많을 수 있다. 하위직일 때에 비해 결정해야 할 것도 많아지고 책임져야 할 일도 많아진다.

논의를 간단히 하기 위해, 팀장(또는 과장)이 되면 편해진다고 하자.
※ 보통 지방직에선 팀과장이 되면 편하고 국가직은 팀과장이 된다고 해도 힘들다. 그리고 국가직 중에서도 소속기관이나 특별지방행정기관에선 팀과장이 되면 비교적 편하다

수많은 공무원 조직의 직급체계를 모두 한 번에 설명할 수는 없지만 대충 느낌만 보면 다음과 같다.

기초 팀장: 6급
기초 동장: 5급
기초 과장: 5급
광역 팀장: 5급
광역 과장: 4급
광역 소속기관 팀장: 6급
광역 소속기관 과장: 5급
중앙 팀장: 5급, 4급
중앙 과장: 4급, 3급
중앙 소속기관 팀장: 5급, 4급
중앙 소속기관 과장: 4급, 3급

즉, 승진이 아무리 빨라도 보직(팀과장)을 받지 못하면 평생 실무자로 편한 날은 오지 않는다. 승진이 아무리 느려도 동사무소에선 6급만 되어도 팀장 보직을 받기 때문에 편하다. 중앙(국가직)이 무조건 승진이 빠르다고 과연 좋은 것일까?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어느 것이 좋은 것일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3. 남자는 국가직이고 여자는 지방직이다?

남자는 어떻고 여자는 어떻고 라는 말을 하는 것 자체를 매우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 머릿속엔 이러한 관념이 자리 잡고 있고 실제로 내가 수험생활을 할 때만 해도 남자는 남자는 (승진을 해야 하므로) 국가직이 어울리고 여자는 (주거안정 때문에) 지방직이 어울린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많이 봤기 때문에 몇 글자 적어보려 한다.

A는 외향적인 성격이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윗사람한테 아부도 잘하고 업무능력보다는 직장 내 정치나 대인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B는 업무실적으로 승부하는 사람이다. B는 민원인을 응대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페이퍼 워크만 했으면 하고 남의 일까지 굳이 왜 내가 같이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내 일만 하고 퇴근하고 싶다. 직장 상사 눈치를 보며 야근을 하는 것을 이해를 못하겠다.

이런 경우 A는 지방직에 어울리고 B는 국가직에 어울린다는 게 나의 견해다. 흔히들 국가직이 업무분장이 깔끔하고 지방직은 업무분장이 깔끔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이다. 국가직에 비해 지방직은 남의 일과 나의 일의 구분이 약하다. 내가 일이 먼저 끝났으면 다른 사람의 일도 도와서 끝내고 같이 비슷한 시간에 퇴근을 해야 한다. 팀장님이 아직 퇴근을 안 했는데 감히 신입인 내가 퇴근을 하기에 부담스럽다. 규칙으로 정해놓은 것은 당연히 아니고 분위기가 그냥 좀 그런 편이다. 점점 세상이 바뀌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 분위기가 그렇다. 요즘이 어느 시댄데 조선시대 공무원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공직 내에서도 직장보다 개인의 삶이 우선시 되고 워라벨이라는 것이 중요한 개념이 되고 있는 요즘에 와서는 남의 눈치를 보며 퇴근을 못하거나 휴가를 못 쓰는 분위기가 많이 사라지긴 했다.

아무튼 그렇다. 어떤 사람이 국가직에 어울리고 어떤 사람이 지방직에 어울릴지는 알아서 잘 판단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