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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이야기

공시생 수험 스트레스 안 받는 법

by (^ㅛ^) 2021. 4. 29.

 

일정기간(1년 즈음?) 이상으로 수험생활이 길어지면, 수험생들에게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나타나는 증상이 있다.

 

바로 예민보스가 되는 것이다.

 

각종 소리와 자극에 민감해지게 된다.

내가 익숙한 환경(온도, 소음 등)이 내 취향과 다르게 갑자기 바뀌면 극도의 분노를 느끼게 된다.(feat. 성격파탄)

 

 

· 옆 사람이 펜을 책상에 던지는 소리

 

· 열람실에서 발 쿵쿵거리면서 걸어 다니는 소리

 

· 향수(스킨)냄새

 

· 책장 세게 넘기는 소리

 

· 이어폰을 크게 틀어서 이어폰 밖으로 새어 나오는 소리

 

· 펜 똑딱거리는 소리

 

· 추운 에어컨 바람

 

· 책상 위에 가방 세게 올려놓는 소리


노량진의 모든 독서실 문에는 제발 조용히 좀 해달라는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나는 어느 정도까지 예민했었냐면, 독서실 총무가 열람실 에어컨 온도를 1도만 내려도 그걸 내가 금세 알아차리고 춥다고 온도 올려달라고 독서실 총무한테 민원을 제기했었다. 독서실 총무도 누군가가 덥다고 해서 에어컨 온도를 1도만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바로 알아차리고 춥다고 징징대니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언젠가 한 번은 누군가 독서실 에어컨 온도 조절기를 1도 정도 조작한 것 같다고 민원을 제기하니까 독서실 총무가 나한테 무슨 동물도 아니고 1도 올리고 내린 것을 어떻게 체감하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나도 설마 내가 그 작은 차이를 알아차릴까 싶어서 뭐라 말은 못 했는데 며칠간 실험해 본 결과 내가 그 민감한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었다. 내가 그 미세한 차이를 체감하고 있었던 것이 확실하다.

 

(독서실 총무도 지금 생각해보면 극한직업이다. 세상에서 제일 까칠한 손님들을 응대해야 되니까 말이다)

 

수험생들도 이해가 되는 것이 1365일 동안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앉아있기 때문에 환경의 변화가 조금만 일어나도 그걸 곧바로 알아차린다.

 

정상적인 수험생은 정상적인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는 존재들인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정상적인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나야 합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맨 처음에 수험을 시작하면 보통 대학교나 집 근처 동네 도서관을 찾는다. 그러다가 보다 조용한 독서실을 찾게 되고 더더욱 조용한 1인실을 찾게 된다. 그러다가 최종 종착지는 집에 독서실 책상을 사놓고 극한의 조용함을 추구하게 된다.

 

점점 더 조용한 장소를 찾아 굴을 파고들어가면서 우리가 느끼는 스트레스는 그에 비례하여 커진다.

 

부모님이나 친구의 일상적인 말 한마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짜증을 부리게 된다. 그러고 나서 다시 책상에 앉으면 내가 아까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것 같다는 후회감이 밀려온다.

 

간만에 재미있는 예능프로그램을 보거나 친구와 수다를 재미있게 떨고 다시 책상에 앉으면 그 생각이 자꾸 나서 공부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정말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하게 된다.

 

점점 비정상적인 인간 범주에 들어가는 내 모습을 보고 스스로도 상당한 자괴감을 느꼈다. 인간의 존엄성마저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1년 정도 수험생활을 하고 나서는 도저히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었다.


나는 여러분들에게 자꾸 조용한 곳으로 굴을 파고 숨어들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신경이 너무 예민해지고 수험 스트레스가 커진다.

 

오히려 도서관처럼 조금 산만하거나 시끄럽고 내 고정 좌석이 아닌 곳에 앉으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동네 도서관에도 내가 매일 앉는 자리에 남이 앉아있으면 화가 나는 건 사실이지만 그걸 화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내가 인간성을 잃어가는 것을 막아주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1인실 독서실에서 지정 좌석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의 공부하는 모습이 모두 보이는 개방형 열람실로 옮기던 바로 그 날, 결심했다. 다시는 주변 사람의 소음이나 부스럭거림 등에 예민해하지 말자. 그렇게 결심하고 나서는 수험생활이 한결 안정감을 찾아가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도 덜 받았던 것 같다.

 

물론 수험생은 생활이 일정해야 한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일정한 장소에서 밥을 먹고 일정한 열람실 좌석에 앉아서 일정한 페이스로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이 모든 일정을 100% 일정하게 컨트롤하기가 어렵다. 나의 지정된 좌석이 있어도 만약에 천장에서 물이 새면 자리를 옮겨야 한다. 100% 완벽함을 추구하면 이런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크게 당황하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100%가 아니라 95% 정도 우리의 인생을 컨트롤한다고 생각하자.

 

5%의 여유를 두자. 그리고 그 5%의 여유를 갖기 위해서는 예민보스가 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