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순공시간의 개념
어떤 사람은 일주일에 60시간을 공부하고 어떤 사람은 일주일에 70시간을 공부한다. (사실 60시간도 적게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순공시간, 즉 순수 공부시간에 대해 정의하는 방법도 저마다 다르다. 강의 듣는 시간을 제외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포함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온전히 집중한 시간만 인정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그냥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면 인정할 수 있다는 사람도 있다.
사실 순공시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올바른 방법으로 공부한다는 전제하에) 내가 일주일에 얼마나 공부했는지 체크하고 설정한 목표를 잘 달성하고 있는지 자가 확인용으로 순공시간을 따져보는 목적이 크다.
공부라는 것은 많이는 하되 일정 선을 넘어가면 안 된다. 수험생활은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초반에 너무 공부를 많이 하며 달려버리면 금방 공부에 질려버리고 체력도 바닥나고 건강도 상하고 수험생활에 지쳐버린다. 지치면 수험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워져서 포기하게 된다.
어쨌든, 순공시간의 개념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책상에 앉아서 공부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콘텐츠를 들여다보는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간접적으로 관련된 콘텐츠(시험 공고를 찾아보는 시간, 원서를 접수하는 시간, 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이 글을 읽는 시간)에 쏟는 시간은 제외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면,
첫째, 강의를 듣는 시간도 순공시간에 포함한다.
혼자 힘으로 머리를 써가면서 책을 보는 것이 강의를 듣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공부이다. 또한 훨씬 합격을 위해 필요한 공부이긴 하다. 하지만 강의를 듣는 것 자체가 합격을 위해 필요한 과정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순공시간에 포함하는 게 맞다. 다만 자기 혼자 힘으로 머리를 써가며 책을 읽어나가는 공부는 하지 않으며(또는 조금만 하며) 강의만 주야장천 듣고 순공시간을 많이 확보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행동은 하지 말자. 합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둘째, 집중하지 못하는 시간도 책을 보려 노력한다면 순공시간에 포함한다.
집중이라는 것은 내가 집중해야지 마음먹는다고 집중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집중은 나도 모르게 시작되기 때문에 내가 지금 집중을 하고 있는지 안 하고 있는지를 체크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시도이며 시간낭비이며 공부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행동이다.
셋째, 책상에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거나 계획표를 작성하거나 운동하거나 밥을 먹거나 등 공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시간은 순공시간에서 제외한다.
넷째, 책상에 엎드려서 자는 시간은 순공시간에서 제외한다.
하지만 잠깐 책상에 엎드려 자는 시간에 대해 너무 죄책감을 갖지 말자. 잠깐 자고 일어나면 정신이 맑아져서 오히려 공부 효율이 올라가기도 한다. 다만 하루에 엎드려서 잠깐 자는 시간이 30~40분을 넘어간다면 이는 옳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밤에 집에서 자는 시간을 조금 늘려야 한다. 나도 가끔 컨디션 관리에 실패하고 계획된 시간에 잠자리에 들지 못한 경우에는 책상에 엎드려서 두 시간 세 시간 동안 자본 적도 있다. 하지만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다.
이렇게 스톱워치로 순공시간을 재면 나는 하루에 12시간 정도 공부했었다. 시험에 임박한 시기에는 13시간 정도 공부했었다. 간혹 공부가 잘 안될 때엔 아무리 못해도 10시간 정도 공부했다. 병원에 가는 불가피한 일이 있는 날에는 6시간도 했었다. 전체 기간을 두고 평균을 내보면 아마 11시간에서 12시간 정도 공부했던 것 같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 정도면 전체 수험생 중에서도 공부를 많이 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면접스터디를 하며 서로 수험생활에 대해 물었을 때 이 정도 공부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물론 14시간 16시간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그렇게 오랜 시간 앉아있으면 다음날 공부에 지장을 주지 않는지, 그렇게 오랜 시간 앉아있으면 일정 시간을 넘어가면 공부가 머릿속에 들어오는 속도가 급격하게 줄어서 공부를 안 하는 거나 다름없는 수준에 도달하지는 않는지.
경제학에는 한계생산체감의 법칙이란 개념이 등장한다. 어떤 생산요소를 투입하면 투입할수록 초반에는 생산물이 크게 증가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증가하지 않고 심지어 마이너스의 생산물이 발생한다는 개념이다.
공부시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는 헌법 기출문제를 최초 1시간 공부하면 40문제 풀 수 있다고. 8시간까지는 그 속도가 유지되어 320문제를 푼다. 하지만 9시간째 공부하면 350문제밖에 못 풀고 10시간째 공부하면 370문제밖에 못 풀고 11시간째 공부하면 380문제밖에 못 풀고 12시간째 공부하면 385문제 밖에 못 푼다. 13시간째 공부하면 386문제 밖에 못 풀고 14시간째 공부하면 오히려 푼 문제도 까먹게 되어 380문제를 공부한 효과밖에 나지 않는다. 1시간 공부해서 1문제 푸느니 그냥 집에 가서 쉬는 게 내일 공부하기 위한 체력을 비축할 수 있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2. 적당한 순공시간은 얼마인가?
사람마다 두뇌가 다르고 집중력이 다르고 체력이 다르기 때문에 공부를 얼마나 해야 되는지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어떤 강사는 일주일에 순공시간을 50시간만 유지해도 된다고 하고 어떤 강사는 60시간은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노량진 수험가의 전체적인 의견(다수설)은 하루에 10시간 정도는 해야 된다는 분위기인 것 같다.
굳이 나에게 의견을 묻는다면 11시간~12시간 정도 해주면 좋을 것 같고 10시간만 넘겨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론 10시간도 안 하고 합격한 사람도 수두룩하고 10시간씩 공부해도 떨어지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많다.
3. 휴일(일주일 중 공부를 안 하는 날)이 필요한가? 휴일은 무슨 요일로 정하면 좋을까?
3.1. 휴일의 필요성
휴일은 필요하다. 왜냐하면, 사람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이것들을 할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다듬어 줘야 되고 옷도 빨아 입어야 되고 집 청소도 해야 한다. 일종의 정비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하루 정도는 쉬어주면서 영화관도 가고 예능도 보고 낮잠도 푹 자야 월요일부터 다시 움직일 힘이 난다. 스트레스도 풀린다. (수험생은 스트레스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3.2. 휴일은 언제가 좋을까?
케바케다.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의 인생 스타일에 맞게 알아서 정하면 된다. 교회에 가야 되기 때문에 일요일에 공부를 안 하는 수험생도 있고 토요일에 친구들과 약속잡기가 좋아서 토요일에 쉬는 수험생도 있다. 나는 주로 일요일에 쉬었고 가끔은 월요일에 쉬기도 했다.
3.3. (참고) 월요일에 쉬면 좋은 점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일요일에 많이들 쉬는데 월요일에 쉬는 경우 장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공부하는 날에 병원(치과 등)에 가기 위해 따로 시간을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턱관절이 안 좋아서 치과를 격주로 다녀야 했다. 당연히 일요일엔 치과가 안 열기 때문에 진료를 볼 수 없다. 따라서 월요일을 쉬는 날로 지정하고 병원에 다니면 일주일 순공시간 확보에 도움이 된다.
둘째, 일요일에 독서실을 가면 환경이 쾌적하다. 텅텅 자리가 비어있다. 사람도 없다.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기다려야 할 일도 없다. 공기도 덜 답답하다. 난 이런 날 공부를 하고 사람이 바글거리는 월요일엔 쉬는 것이 좋았다.
3.4. 휴일을 정하는 방법
휴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정할 수 있다. 내가 수험을 시작하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동일하게 하루에 12시간씩 공부했고, 토요일과 일요일엔 이 두 요일을 합쳐서 평일에 하는 만큼(12시간) 공부하는 게 목표였다.
이렇게 하면 장점으로는
첫째, 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기에 친구들과 약속을 잡기에 좋다. 물론 수험생에겐 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하는 것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일정한 시간에 공부하고 일정한 시간에 노는 것이 베스트다.
둘째, 토요일 하루에 12시간을 공부하고 일요일에 0시간을 공부하는 경우보다 이틀에 걸쳐 나눠서 12시간을 채우려 하면 그만큼 토요일 하루에 12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덜하다. 심적인 부담을 줄이며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셋째, 하루를 완전히 쉬어버리면 괜히 수험의 연속성이 없는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하면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덜하다.
단점도 물론 있다.
첫째, 토요일에 6시간밖에 공부하지 않으면 공부를 열심히 안 한 것 같은 생각이 들며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다.
둘째, 일요일에 6시간 정도 공부하고 집에 오면 쉴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는 기분이 안 들어서 뭔가 어정쩡할 수도 있다.
3.5. 절충안(결론)
일주일에 12시간씩 6일을 공부하고 휴일에는 2~3
시간만 공부하라. 마음에 안 드는가?
내가 다니던 노량진 독서실은 공부시간 랭킹이 제공되었다. 매달 1등을 놓치지 않았던 것은 아니고... 아무튼 '16년 9월엔 내가 362시간으로 1등이었다. - '16.9.30.
'공무원 시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0) | 2021.05.01 |
---|---|
공무원 시험,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 합격하는 방법은 없을까? (0) | 2021.05.01 |
공무원 국가직 vs 지방직 비교(공시생들이 흔히 오해하는 점) (2) | 2021.04.30 |
수험생 슬럼프 극복 방법 알려드립니다 (0) | 2021.04.30 |
공시생 수험 스트레스 안 받는 법 (0) | 2021.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