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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추운 겨울 새벽 등산의 재미

by (^ㅛ^) 2024.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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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1일, 하루 최저 기온이 -14도를 넘었던 아주 추운 날에 새벽 등산을 다녀왔습니다.

 

전날에 커피를 마셔서 그런지 잠이 일찍 깼고 출근하기 전에 이때다 싶어 산으로 향했습니다.

집 근처에 산이 있어 평소에 자주 오르내렸고, 언젠가 한 번은 추운 겨울 꽁꽁 얼어붙은 산을 어둡고 캄캄한 새벽에 올라갔다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옷은 두껍게 입었지만 장갑은 끼지 못했고 귀도리도 하지 못했습니다.

 

산에 오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너무 춥고 바람은 매섭고 새벽은 어두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콧물을 닦은 수건은 금세 얼어버렸고 핸드폰은 100%였던 배터리가 0%로 나가면서 꺼져버렸습니다. 

 

그래도 포기하기 싫어서 계속 올라갔습니다.

양손을 사용할 여유가 있는 길을 오를 땐 손으로 귀를 보호하며 올라갔습니다. 손을 귀에서 떼면 곧 귀가 시렸기 때문에 손을 귀에 댔다 뗐다 하며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확실히 산을 오르기 좋은 따듯한 날씨에 등산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속도도 나지 않았고 훨씬 위험했습니다. 그렇지만 침착하게 천천히 올랐습니다. 길은 깜깜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평소에 수십 번씩 오간 길이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고 산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문득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어려운 산행을 하는 전문 산악인이 생각났습니다.

나같은 일반인도 용기 내서 어려운 산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어찌 보면 큰 위험을 무릅쓰고 이것보다 훨씬 어려운 산행을 성공시킨 대단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나는 전문 산악인 만큼 큰 일을 해내진 못하겠지만 그분들 덕분에 비슷하게 흉내라도 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평소에는 사람이 많이 오가는 길이었는데 가장 추운 겨울 평일 새벽 등산엔 당연히 나 혼자였습니다.

이 산행을 마치고 나면 왠지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것 같았습니다.

 

정상에 오르고 나니 나와 다른 길로 올라온 또다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런 미친 날씨에 이런 정신 나간(?) 짓을 하는 사람이 나 말고 있다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은 소수이고 사람마다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목표에 도달했을 때엔 이 기쁨을 함께 누릴 다른 사람들도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산하는 과정은 더 어려웠습니다. 조금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어떤 목표를 성취했다고 그게 전부가 아니고 지켜내고 마무리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출근 준비하며 뉴스를 들어보니 이례적으로 추운 날씨로 떠들석했습니다. 출근길에서도 추위에 떠는 직장인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춥지 않았습니다. 운동을 해서 몸에 열이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춥다고 해서 계속 춥다고 생각하면 더 춥습니다. 추워도 춥지 않다고 생각하면 춥지 않습니다. 

 

어려운 일도 때로는 정면으로 부딪혀야 쉽게 해결됩니다.

 

등산은 많은 생각을 들게 해줍니다.

종종 어려운 산행을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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