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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이야기

수험생, 아침을 꼭 챙겨 먹어야 하나요?

by (^ㅛ^) 2021. 6. 2.

아침을 챙겨 먹어야 머리가 잘 돌아가고 어쩌고 저쩌고.......?

 

 

저는 처음엔 공부를 잘하기 위해선 아침을 반드시 챙겨 먹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저도 수험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던 시기(3~4개월 미만)에는 올바른 수험생의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어느 수험생이건 수험공부를 시작하고 사회인 물이 빠지는 데엔 서너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초반에는 누구나 시행착오를 많이 겪습니다.

 

비교적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시행착오도 있고 비교적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시행착오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공부 방법에 대한 시행착오는 보통 금방 답을 찾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경험 있는 누군가가 조언을 해준다 해도 그 조언을 믿고 나의 방법으로 녹여내는데 짧게는 6개월, 길게는 몇 년 까지도 필요합니다.

 

반면, 생활 방식 및 생활 패턴에 대한 문제는 서너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금방 해결됩니다.

몇 시에 일어나서 몇 시에 자는 것이 좋은가?

어느 독서실에서 공부해야 집중이 잘 되는가?

버스를 타고 다닐까 택시를 타고 다닐까?

일요일에 쉴까, 토요일에 쉴까? 아니면 평일에 쉴까?

 

점점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찾아 입어갑니다.

 

아무튼, 저는 수험 초반에 아침을 먹으러 다녔습니다. 아침밥을 차려주시는 부모님이 없는, 저 같은 자취생이 아침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은 교내 식당, 노량진 고시식당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아침을 챙겨 먹으면 부지런히 살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은 좋았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문제점 1. 식곤증

아침을 먹을 수 있는 식당까지의 거리가 꽤 되어서 그런지 아침을 먹고 도서관에 앉으면 졸음이 밀려왔습니다. 아마 열심히 걸어 다녔기 때문에 운동이 되어서 피곤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문제점 2. 공부할 수 있는 가용 시간 감소 ★가장 중요

아침을 먹고 와서 공부를 조금 하다 보면 금세 또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삼시 세끼 챙겨 먹다 보니 왠지 끼니를 챙겨 먹는 횟수가 많다고 느껴지고 공부할 시간을 자꾸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침을 먹으면 집중력이 향상된다는 말이 있지만 체감하지는 못했습니다. 설령 집중력이 향상되어 좋을 수는 있어도 잃는 것이 더 많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강을 듣는데 유명 강사가 자신은 사법고시 공부할 때 아침을 굳이 안 챙겨 먹으면서 공부했고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괜히 안심이 되었습니다. 아침을 안 먹으면서도 시험에 잘만 합격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쿨하게 아침을 거르고 살았습니다. 그 대신 아점을 먹고 점저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배고프지 않게 무언가를 야식으로 사 가지고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시험 직전엔 택시를 타고 다녔습니다. 독서실에 가는 길과 독서실에서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 모두 탄 것은 아니고 밤에 돌아오는 길에만 탔습니다. 하루에 한 번 택시를 타면 비용은 기본요금 3,500원 정도이지만 아낄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10~15분이었습니다. 10분씩만 아껴도 한 달에 300분(5시간)을 더 공부할 수 있습니다. 10만 원 정도 더 내고 5시간 더 공부할 수 있다면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1년 내내 택시를 타고 다닌 것은 아니고 시험 직전 1~2달 정도 그랬습니다.) 공부를 점점 할수록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으시다면 수험생활을 제대로 하시고 계신 겁니다.

 

문제점 3. 적당한 식당을 찾기 어려운 점

아무래도 식당 입장에서는, 수요자(식수)가 많아야 좋은 메뉴도 판매하고 영업도 지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노량진에는(조금 더 나아가서 우리 현대 사회에는) 아침을 챙겨 먹는 사람이 많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침식사 영업 자체를 안 하는 식당이 많습니다. 한두 군데 있긴 한데 1년 내내 그 식당에서만 먹는다고 생각하면 지겹기 짝이 없습니다. 수험생 입장에서, 적당한 식당을 찾으러 아침마다 좀비처럼 돌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결론

아침을 꼭 챙겨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리셔도 됩니다. 아침을 꼭 챙겨 먹지 않아도 충분히 합격한 사람은 많습니다. 그렇지만 아침을 챙겨 먹는 것이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느껴지시면 챙겨 드시기 바랍니다. 만약 부모님이 아침을 챙겨줄 수 있는 수험생이면 가볍게 먹고 집을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담

인간은 두뇌를 사용할 때 에너지 소비가 상당히 크다고 합니다. 그래서 움직이지 않고 공부만 하는데 왜 이렇게 소화가 잘되고 왜 이렇게 배고플까 싶으실 겁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죄책감 갖지 말고 많이 먹읍시다. (그 대신 운동도 꼭 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