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직 공무원은 전문성이 없고 국가직 공무원은 전문성이 있다?

과연 국가직 공무원은 평생 한 분야의 업무만 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기르기에 좋고, 지방직 공무원은 다양한 분야를 순환하며 근무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기르기 어려울까요?

 

지방직 공무원은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분야의 업무를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관청(시청, 도청 등) 내에 행정, 경제, 건설교통, 해양수산, 문화체육, 농림축산, 보건복지 등 다양한 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공무원들은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다양한 과를 2년에 한 번씩 옮겨 다니기 때문에 복지 업무도 해 볼 수 있고 경제 업무도 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희망에 따라 실국(경제, 복지 등) 내에서만 옮겨 다닐 수는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할 수 있긴 합니다.  

국가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지방직에 비해서는 넓은 범위의 분야를 경험해 보기 어렵습니다. 그 대신 한 분야에서 평생을 일합니다. 
만약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일한다면 보건과 복지에 관련된 업무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업무는 평생 할 것입니다.)

만약 국토교통부에서 일한다면 도로와 교통, 건설에 대한 업무만 평생 할 것입니다.

※ 물론 어느 기관에나 그 기관의 고유 특성이 묻어나는 업무가 아닌, 모든 기관에 다 있는 업무를 맡게 될 수도 있습니다. 보통 운영지원과나 총무과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그렇습니다. (인사, 예산 등등)

이렇게만 봤을 땐 지방직 공무원은 전문성을 기르기 어렵고 국가직 공무원은 전문성을 기르기 좋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성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서 결론은 달라집니다.

저는 퇴직 후에, 민간 영역에서 공직 생활을 하며 얻은 지식과 능력으로 생업을 이어갈 수 있어야 비로소 전문성을 갖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전문성에 대한 척도는 그 능력을 활용하여 돈을 얼마나 벌어올 수 있는가에 달렸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과연 공무원이 퇴직하고 나서 공직생활을 하며 배양한 능력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한마디로 결론 내리기 어렵습니다. 직렬마다 다르고 하는 업무마다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굳이 답을 내리자면 공무원은 평생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배우지 못합니다.

몇몇 기관(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세청 등)을 제외하고는 지방직이건 국가직이건 (행정직 기준으로) 공무원은 가만히 직장만 다녀서는 전문성을 기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 조직은 지방직이건 국가직이건 기본적으로 돈을 쓰는 조직입니다. 걷힌 세금을 기반으로 얼마나 돈을 많이 썼는지, 효율적으로 아껴서 잘 썼는지가 그 기관의 성과와 직결됩니다.

하지만 민간 영역에서 요구되는 능력은 공조직에서 요구되는 능력과 반대입니다. 민간 영역에서는 한마디로 '돈을 벌어오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민간영역에서는 평생 일을 하며 어떻게 하면 한 푼이라도 더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벌어올 수 있을지를 배우고 실천하며 직장생활을 합니다.

행정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무언가 생산해 내기보다 외주 업체에 돈을 주고 맡기는 데에 익숙합니다.  행사를 하건, 책자를 만들건 자기 손으로 아무 것도 못합니다. 바보인 사람들이 공무원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아웃소싱을 주고 남는 시간에 다른 업무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행정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합니다. 때문에 공무원은 근본적으로 전문성을 기르기 매우 어렵습니다. 

(물론 세상이 점점 빠르게 변화하고 돈이 되는 능력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얼마나 평생을 살며 자기 계발을 위해 힘썼는지에 따라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전문성을 충분히 기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꾸 단서를 붙이면 논의할 수 있는 것이 몇 없습니다.)  

한 줄 요약: 지방직이 국가직보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직이라고 해서 딱히 퇴직 후 돈을 벌 수 있을 만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직장 밖에서 개인적으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공무원 국가직 vs 지방직 비교(공시생들이 흔히 오해하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