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를 꼭 해야만 하냐고 묻는 사람이 많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필요한 경우가 있고 필요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순수하게 공부만을 위한 목적으로는 사실 스터디가 굳이 필수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공부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이라면 스터디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저도 물론 했었습니다)
제가 수험생활을 하며 했던 기억에 남는 스터디들을 돌아보며 좋았던 점과 나빴던 점을 떠올려보며 스터디의 필요성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는 권장하는 스터디 운영 방법에 대해 소개해보겠습니다.
1. 기억에 남는 (유익했던) 스터디
1.1. 공부 목적 스터디
1.1.1. 경제학 스터디
2017년 4월 즈음, 아는 공시생 친구가 저보고 경제학 스터디를 하자고 갑자기 제안했습니다.
매주 일요일 오전에 3~4시간 정도 모르는 문제에 대해 서로 설명해 주기로 했습니다.
저는 경제학을 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학점도 나름 나쁘지 않았습니다. 스터디를 할 필요가 굳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저도 어차피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터디는 시간낭비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스터디를 하자는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외로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이랑 말을 할 기회가 평소에는 별로 없으니 주말에 하루라도 수다를 떨고 밥도 이 친구랑 같이 먹고 싶었습니다. 밥을 먹고 나면 이 친구는 저한테 사육신 공원을 산책하자고 했는데 그것도 좋았습니다. 둘 다 조금 쉬고 싶은데 공부에 방해될까 봐 먼저 섣불리 제안하지 못하는데 이런 마음을 알아주듯 밥을 먹고 나서 조금 걷다가 들어가자고 말해주는 그 친구가 고마웠습니다. 바쁘게 달려온 일주일을 보람차게 마무리하고 쉴 수 있는 저의 몇 안 되는 스트레스 해소 순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이 스터디의 목적이 저의 경제학 실력 향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팍팍한 수험생활 중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쉬는 것이 목적인 스터디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학교 다닐 때에도 저는 경제학 부심이 있었기 때문에 시험기간엔 내가 친구들에게 항상 무언가 가르쳐준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이 친구에게 공무원 경제학을 설명해 주자니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개념을 잘못 설명해 줄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열심히 공부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제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또한, 이 친구가 듣는 경제학 강사와 제가 듣는 경제학 강사가 달랐습니다. 달라서 장점이 있었습니다. 제가 듣는 강사가 가르치지 않는 부분을 그 친구가 듣는 강사는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그런 부분을 서로 공유했습니다.
아직도 생각납니다. 꾸르노 균형에서 A와 B 기업의 MC가 서로 다른 경우 균형을 찾는 공식을 그 친구한테 배웠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해 지방직 7급 경제학 시험에 정확히 그 문제가 나왔습니다. 저는 쉽게 풀었고 95점을 받았습니다.
아직도 저는 공부를 목적으로 하는 스터디(헌법 조문 스터디, 경제학 스터디, 한국사 스터디 등)를 100%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단점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분명 얻어갈 수 있는 것이 있긴 합니다. 경제학 스터디를 하던 시절 제 경제학 실력과 점수가 많이 올랐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1.1.2. 암기국어 스터디
최근 출제 경향이 변화하고 있어 표준어, 외래어, 고유어, 속담, 고사성어, 한자, 한문학 등을 공부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 많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공부하려고 마음먹었을 경우라면 스터디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국어 표준어 공부 같은 것은 매일 자주 조금씩 봐야 하는데 혼자서는 실천에 옮기기 매우 귀찮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귀찮음을 극복하기 위해서 스터디를 통해 동료들의 구속력과 강제력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1.2. 공부가 직접적인 목적이 아닌 스터디 (강추)
1.2.1. 아침 출석체크 스터디
수많은 종류의 스터디가 있지만 딱 한 개만 추천해 보라고 하면 저는 아침 출석체크 스터디를 선택하겠습니다.
수험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정한 시간에 독서실에 도착해서 일정한 시간에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정한 시간에 독서실에 도착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저는 2015년 7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아침 출첵스터디를 계속 중단 없이 해왔습니다.
아침 8시나 9시까지 독서실에 도착해서 스터디원들끼리 가볍게 인사만 하고 1분 이내로 해산하는 구조였습니다.
지각이나 결석 시, 벌금이 발생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강제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제가 출첵스터디를 운영하던 출석부가 아직도 있는데 너무 소중해서 버릴 수가 없습니다. 저는 1년에 몇 번 지각하지 않았습니다. 일종의 자부심도 느끼며 더욱더 열심히 출석했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침시간을 확보해야 수험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2. 스터디 운영방법 꿀팁
2.1.
스터디는 온라인으로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밴드 같은 곳에 출제를 하면 댓글로 문제를 풉니다. 문제를 풀면 출제자가 채점해주고 답을 올려줍니다. (요즘엔 더 좋은 어플 플랫폼이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엔 밴드가 그저 최고이던 시절.......)
2.2.
스터디에 직접 관련되지 않은 이야기는 자제합니다. 수험생들은 평소에 말을 안 하고 살기 때문에 같은 수험생을 보면 말을 하고 싶어 져서 공부와 관련된 이야기부터 공부와 관련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이런 시간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여담인데, 독서실 다닐 때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맨날 열람실 밖에 나와서 누군가와 수다를 떨고 스터디를 하면서도 수다를 떨고 그냥 공부하는 시간보다 수다 떠는 시간이 많아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합격했습니다. 머리가 똑똑한 건지 그만큼 공부를 오래 해서 합격한 건지....... 역시 세상에 100%라는 건 없고 알 수 없는 것 투성이 입니다.)
2.3.
문제를 서로 풀고 나서 반드시 점수는 공개합시다. 이거 은근히 중요합니다. 규칙으로 정해야 될 정도입니다. 그래야 경각심을 가지고 공부를 한다. 문제만 풀고 점수를 서로 공개하지 않으면 마음은 편하나 발전이 없습니다.
2.4.
스터디 문제를 출제할 때에는 o/x로 답할 수 있게 출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전 시험장에서도 결국 주어진 객관식 선지가 각각 o인지 x인지만 판별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실전과 비슷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2.5.
출석체크 스터디를 할 때에는 지각이랑 결석을 구분하지 않고 벌금을 일원화하여 한 금액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각은 벌금 1,000원, 결석은 벌금 3,000원으로 할 경우 비례원칙에는 더 적합할지 몰라도 관리하기 어렵습니다.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데 스터디를 관리하려고 많은 시간을 투자 수는 없습니다.
2.6.
출첵스터디를 할 경우, 일주일에 하루에서 이틀 정도는 출석 의무를 면제하는 날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은 출석하지 않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출석한다든가 아니면 일주일 내내 출석하되 자유롭게 1인당 일주일에 두 번은 결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일주일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늦잠을 자면서 체력을 회복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야 오래 스터디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규칙이 너무 까다로우면 지킬 수 있는 사람도 별로 없고 스터디 지속 자체가 별로 오래되지 못합니다.
2.7.
출첵스터디를 할 때 모인 벌금을 스터디원들끼리 1/n로 나눠 갖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결석을 한번 했을 때의 페널티가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총원이 4명인데 결석 벌금이 1회당 4,000원이라고 할 경우 A라는 사람이 한 번 결석을 할 경우 4,000원을 날리는 것이 아니라 3,000원을 날리게 됩니다.
차라리 모인 벌금을 제일 많이 출석한 사람들끼리 나누는 것이 낫습니다. 이렇게 할 경우 다들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출석하려고 합니다.
모인돈으로 회식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인데 그런 회식이 잦으면 안 됩니다. 절대로. 해봤자 6개월에 1번 정도?
2.8.
예외를 두지 않아야 합니다. 출첵스터디를 4명이 진행하는데 A는 월요일엔 학원을 가야 돼서 스터디를 못한다고 하고 B는 수요일엔 하프모의고사 수업을 들어야 돼서 스터디를 못한다고 하면 정신이 너무 없습니다. 규칙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형평성 측면에서도 그렇고 스터디를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머리가 덜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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