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4학년 시절, 은행에 취직하고 싶었습니다. 왜 은행이었냐고요? 글쎄요....... 별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냥 친구들 다 준비한다니까 나도 그래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경제학과 졸업생 모임에 나가면 거짓말 조금 보태 절반은 은행원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은행에서 하는 업무와 경제학은 관련도 별로 없는데 말입니다.
그저 취직하고 돈 잘 벌어서 후배들 맛있는 거 많이 사주는 형들이 멋져 보였습니다. 빨리 일을 시작해서 내가 번 돈으로 내가 돈 쓰고 살고 싶었습니다. (내 돈 내산)
그런데 취직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능력이 특별히 뛰어난 사람도 아니고 경험도 별로 없었습니다.
어쨌든 1년 6개월간 취준생 생활을 하고 나서 간신히 취업을 하긴 했습니다. 24살의 내가 원했던 직장은 아니었지만 보험회사에 영업관리직군으로 취직을 했습니다.
그런데 들어가고 나니까 생각했던 것과 직장이라는 곳은 많이 달랐습니다. 6개월 정도 일하고 퇴사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쉽게 내린 결정은 아니었는데....... 아무튼 그만뒀습니다.
그러고 나서 노량진에서 오래 공부했습니다. 3년 정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직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공직에 들어와서도 크게 만족은 못했습니다. 처음 1달만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유토피아는 없나 봅니다.
공직 내에서도 우여곡절을 거치며 임용권자가 각기 다른 4개의 기관을 옮겨 다녔습니다.
제가 처음 퇴사했을 땐, 주변에선 제가 직장을 너무 쉽게 들어가서 쉽게 내려놓았다고들 생각했습니다.
26살의 어린 나이라 첫 직장을 쉽게 그만뒀다고 말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말을 듣고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맞는 소리는 아닙니다. 26살보다 더 어려도 직장에 잘 적응해서 잘 다니는 사람이 더 많고, 그리 어렵지 않게 들어간 직장이지만 오래오래 잘 다니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결코 쉽게 얻어서 쉽게 내려놓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려서 쉽게 내려놓은 것도 또한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왜 그렇게 자주 직장을 옮기냐고요?
그건 제가 현재에 잘 만족을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천성이 그렇습니다. 제 성격 자체가 현재보다 미래에 관심이 많습니다. 상상하며 즐거워하고 끝없이 발전하기를 좋아합니다.
직장에서 내 옆에 앉아있는 선배의 모습이 내 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답답합니다.
저는 뭔가 다른 꿈을 꾸고 싶습니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평범한 건 싫습니다.
한동안 저 스스로를 한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 부적응자인 것 같다고 스스로를 자책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넓게 보면 비슷할지 몰라도 좁게 보면 다 다릅니다. 옳고 그름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별로 없습니다.
이 사회는 우리가 자꾸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게끔 교육을 하나 봅니다.어릴 때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서 좋은 회사 취직해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이런 인생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요즘엔 조금 다르게 가르치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배우고 자랐습니다.
사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제일 어렵습니다. 저런 길을 걷는 게 쉽지도 않긴습니다.
선택을 하고 나면 항상 후회가 남습니다.
인간은 앞에 놓인 여러 갈림길에서 항상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중에 후회하지 않는 길은 없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항상 미련은 남습니다. 인간의 숙명입니다.
어떤 선택을 ‘잘’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좋은 결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게 바로 능력이고 소위 성공한 사람들은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적당히 고민했으면 일단 지르고 보는 게 어떨까요?
(무언가 그만둘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포기하는 사람에게 손가락질할 것도 없습니다. 그만두는 것도 용기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가서 그 선택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게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얻어냅시다.
'공무원 시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공지능과 공무원의 삶(feat. 에이트) (0) | 2021.06.07 |
---|---|
공부 방법에 대해 잘 모르겠을 때 (0) | 2021.06.06 |
공무원 업무 강도 어떤지 궁금하세요? 민원 많은가요? (0) | 2021.06.05 |
너무 높은 공무원 시험 경쟁률 (0) | 2021.06.05 |
수험생, 아침을 꼭 챙겨 먹어야 하나요? (0) | 2021.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