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활과 연애에 대하여
수험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없는 여자 친구를 만들지도 말고 있는 여자 친구를 없애지도 말라는 말이 있다. 수험가에 격언처럼 내려오는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노량진에 가보면 커플천국이다. 많은 수험생들이 사랑을 하고 있다. 그러면 이 수많은 사랑꾼들은 불합격이라는 운명을 마주하게 될까?
수험생활을 하는 동안 연애를 해도 되는지, 아니면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연인은 있어도 되지만 수험 시작 전부터 있어야 한다는 등....... 결론부터 말하면 연애해도 된다. 아니 조금 더 강하게 말해서 없는 연인을 새롭게 만들어도 된다.
나는 수험생활을 하는 동안 없던 여자 친구를 만들기도 했고 그 여자친구와 헤어지기도 했다. 당연히 심지어 그 여자친구를 못 잊어서 힘들어하기도 했다. 다만, 공부에 방해되지 않게 좋아했었던 것 같다.
아직도 헤어진 날과 헤어진 다음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여자친구에게 차인 날이 토요일이었는데 바로 다음날(일요일)에 독서실 가서 공부 할당량을 채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어떻게 그렇게 좋아했던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다음날에도 공부할 정신이 있었는지....... 합격하고 당당하게 다시 연락하려고 이 악물고 참고 공부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별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다. 일종의 현실부정이었다. 나중에 합격해서 다시 연락하면 받아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냥 믿고 공부에 집중했다. 좋은 쪽으로 행복회로를 돌렸다. 그렇게 서서히 이별을 극복했다.
연애는 20대에 할 수 있는 최고로 자극적인 일이다. 정신이 팔리기 너무 좋다. ‘잘못하면’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수험생활 중에 연애를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수험생활 중 연애를 하려면 엄청난 절제력이 필요하다. 절제할 수 있는 사람은 연애해도 된다.
수험생 커플이 해도 되는 행동( O )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 X )을 나열해 보고자 한다.
· 옆자리에 같이 앉아 공부하기 ( X )
바로 옆에 같이 있으면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 심지어 본인들은 이 상황에서 공부에 문제없이 집중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더 문제다. 그것도 그렇고 또 큰 문제는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가 된다는 것이다. 왜 민폐가 되는지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그냥 꼴보기 싫다)
· 1주일에 1회 이하의 데이트 ( O )
보통 수험생들은 7일 중에 하루 정도는 쉬는 날로 지정하는데, 이 날에는 데이트해도 된다. 다만, 그 하루의 데이트를 위해 다른 날에 옷을 사러 간다든가.............. 에너지를 소모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말하는 데이트는 잠깐 얼굴 보고 잠깐 커피 마시고 헤어지는 그런 짧은 데이트가 아니라 어디 놀러 가고 등등 수험생이 아닌 보통의 연인들이 하는 그런 평범한 데이트를 말한다.
· 시험이 임박했을 때 데이트 ( X )
사람마다 ‘시험 임박’에 대한 나름의 기준은 다르지만,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예를 들어 1달)에는 온 힘을 쏟아서 공부해야 한다. 일주일에 하루 쉬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마지막 스퍼트를 올려야 할 때인데 데이트할 시간 없다.
· 같이 점심·저녁 먹기 ( X )
점심을 같이 먹으러 나가서 1시간 30분 동안 안 들어오는 커플, 열람실 마다 꼭 있다. 사실 둘이 같이 밥 먹으러 나가서 30분 만에 후딱 먹고 들어올 수 있으면 상관없긴 한데 아마 어려울걸?
· 공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서로에게 질문·토론 ( △ )
공부시간(본인의 하루 스케줄 중에서 공부하기로 정한 시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예를 들면 8시~22시) 이외의 시간에는 서로 공부에 대해 물어보고 논의해도 된다. 잠자기 전에 잠깐 전화로 의논하는 것 정도는 괜찮다. 하지만 한참 집중해서 공부해야 하는 낮 시간엔 둘은 말 섞으면 안 된다. 커플이 대화하다보면 대화가 불필요하게 길어지기도 하고 한쪽이 먼저 대화를 끊고 공부하러 가려고 하면 상대방이 섭섭하다. 그냥 공부시간엔 제발 둘이 접촉하지 말자.
참고로, 연애를 하건 안 하건 핸드폰은 집에 두고 독서실에 가길 권한다. 독서실 사물함에 핸드폰을 두고 열람실로 들어가는 사람도 있는데 이것 가지곤 부족하다. 핸드폰은 집에 두고 다니자.
· 같은 독서실 이용하기 ( X )
같은 공간에 있으면 자꾸 마주치게 된다. 거듭해서 강조하지만 공부시간에 마주치고 말 섞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 같이 스터디 하기 ( X )
또 다시 강조하지만 공부시간(예를 들어 8시~22시) 사이에 연락하거나 만나면 안 된다. 말을 섞지 말자.
· 공부 다 하고 집에 가는 길에 같이 가기 ( O )
하루 동안 열심히 공부했으면 그에 대한 보상 측면에서 잠깐 숨 쉴 시간은 줄 수 있다.
· 아침에 독서실로 공부하러 가면서 같이 가기 ( X )
눈뜨자마자 오늘 어떤 공부를 할지 생각하면서, 마음가짐을 다잡으면서 출근하기도 모자라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공부시간(예를 들어 아침 8시부터 저녁 22시)에는 함께하면 안 된다. 그 시간에는 충분히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 공부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하루에 절대적으로 확보해야 하므로 위와 같은 기준을 세운 것이다. 참고로, 위에서 없는 연인 만들어도 된다고 말은 했지만 전제조건이 있다. 상대방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 하고 그 사람만 하루 종일 신경 쓰고 있어서 정신이 지나치게 팔려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한 부분이긴 하다. 사실상 이런 전제조건들을 다 지켜가면서 연애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그냥 연애하지 말라고들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여자친구에게 차이고도 더욱더 열심히 공부했으며 시험에 합격하고 그녀에게 다시 연락을 했다. 그리고 그녀는 나의 연락을 받아줬다. 11월 말에 이별했고 ‘17년 국가직 9급 최종합격 발표가 7월에 났으니 약 7개월여 만에 연락이 닿았던 것 같다. 그 이후에 그녀와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다. 나중에 어떻게 하다 보니 그녀가 ‘18년 지방직 9급 시험에 합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8급으로 승진도 했겠지? 진심으로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다니던 노량진의 한 독서실은 칸막이가 없고 대학교 도서관처럼 직사각형 모양의 넓은 테이블에 여럿이 앉아서 공부하는 형태(오픈형)의 열람실이었다. 63빌딩이 보였고 여의도에서 불꽃축제를 하면 불꽃놀이까지 보였다. 벽은 통유리였기 때문에 낮에는 햇볕이 잘 들어왔다. (공부하는 공간에 빛이 잘 들어와야 우울증에 안 걸린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녀는 예뻤다. 열람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녀가 앉은 자리를 중심으로 빛이 났다. 많은 남자 수험생들이 그녀에게 초콜릿과 쪽지를 두고 가는 것을 봤다.
그런 그녀가 나를 도대체 왜 만나줬을까 생각해 보면 내가 성실하게 공부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8시까지 독서실에 도착해서 11시까지 공부했다. 로봇처럼. 내가 그 열람실에서 (거의) 제일 열심히 공부했다. 사귀기 전엔 몰랐지만 사귀고 나서 그녀가 고백하길, 내가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자극을 받기 위해 내 근처에 와서 자기도 앉았었다고 한다.
노량진에서 어떤 남자가 가장 멋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노량진에서는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남자가 가장 멋있다. 밥을 먹을 때에도 책을 보면서 밥을 먹고 길을 걸어 다닐 때에도 책을 보면서 걸어 다니는 남자가 제일 멋있다. 여자들은 그런 남자를 좋아한다고 아직까지 믿고 있다. 남자 수험생들은 참고하길 바란다. 마음에 드는 이성이 독서실에 있다면 일단 잘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거의 없다. 포기하는 것이 가장 좋다. (괜히 이상한 행동을 하면 경찰 출동) 그래도 정 포기하지 못하겠고 그녀와 잘 되고 싶다면 그저 공부를 열심히 해라. 성실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나마 잘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다른 길은 없다.
정리하자면, 수험생활을 하며 연애는 해도 된다. 없는 애인 만들어도 되고, 있는 애인과 이별해도 된다. 다만, 공부에 방해받지 않는 선을 지키자.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자면 항상 상대방의 공부(수험)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여러모로 섬세한 노력을 해야 한다.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상대방의 공부에 지장을 주는 행동이 합리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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