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1년 국가직 9급 공채 필기시험 감독을 다녀왔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고사장 내부 감독은 아니었고 방역 관련 업무를 하고 왔습니다.
아침 7시 30분, 정문을 개방하자 수험생들이 하나둘 학교로 들어왔습니다. 고사장 입실은 8시부터 가능하였지만, 긴장되는 마음으로 밤잠을 설치고 아침 일찍 고사장으로 출발했을 수험생들을 생각하니 몇 년 전 저의 모습이 오버랩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밤잠을 설쳤습니다. 현장에서 저의 행동이 수험생들에게 혹여나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긴장감을 가지고 준비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컸나 봅니다.
저도 예전에 빨리 고사장 책상에 앉아서 한글자라도 더 공부하고 시험을 보려는 마음에 정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학교 주변을 서성이며 수첩을 들여다봤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 정문이 언제부터 열리는지도 모르고 수험생활을 했었습니다)
제가 담당했던 학교는 행정직(일행·경찰청·전국·일반) 시험장이었습니다. 해당 직렬엔 전체 11,632명이 접수를 했고 선발 예정인원은 383명으로 경쟁률은 30.4:1이었습니다. 학교에 대략 700여 명의 수험생이 들어왔고 이중에서 최종합격할 수 있는 사람은 20여 명 정도라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680명은 들러리인 걸까요? 오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공무원 시험은 너무 경쟁이 치열합니다. 수험생의 공부 실력도 예전에 비해 점점 상승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우리에게 공부‘만’ 가르쳤습니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먹고 살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랬나 싶습니다. 그 결과, 모든 사람이 다 공부를 잘하게 되었고 공부로 먹고살려면 치열하고도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합격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노력과 시간과 돈(input)은 커집니다. 반면, 보상(output)은 고정되어있습니다. 오히려 우리 부모님 세대보다 줄어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합격예측 서비스 결과 해석하는 방법>
수험생들이 자주 드나드는 커뮤니티를 보면, “제가 가채점을 해보았는데 이 점수로 합격할 수 있을까요?” “지금 학원에서 제공하는 합격예측 서비스에서 합격 유력권이라고 뜨는데 안심하고 자도 되나요?” 등 애타는 수험생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수험생활을 하는 동안 합격예측서비스를 여러 번 이용해 본 결과, 몇 가지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채점자 수(표본, 점수 입력자)가 많을수록 정확한 예측이 가능합니다.
표본이 가장 많은 합격예측 사이트 한 곳만 참고하시면 충분합니다. 굳이 여러 학원 홈페이지 돌아다니면서 입력하고 참고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A학원 홈페이지가 가장 점수 입력하는 사람이 많다고 가정해봅니다. “A학원이 채점자 수는 제일 많지만 B학원에만 입력하고 A학원엔 입력하지 않는 수험생이 있으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하는 분이 있지만 그건 우리가 걱정한다고 어떻게 해결되는 영역이 아닙니다. 설령 A학원에는 점수를 입력하지 않고 B학원에는 입력한 사람이 있다고 한들 B학원에는 입력 안 하고A학원엔 입력한 사람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즉, A학원이 B학원보다 훨씬 신뢰성이 높기 때문에 B학원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볼 필요가 없습니다. 부정확한 예측에 화만 더 날 겁니다. 어차피 A학원이건 B학원이건 전수조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신뢰성이 높은 곳을 참고할 뿐입니다.
시험 당일에 바로 점수를 입력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중에 천천히 점수를 입력하는 사람도 있고 최종 합격할 때까지 점수 입력 자체를 끝까지 안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괜히 점수 입력 했다가 이후에 치르는 시험에 정신적으로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입니다.
은근히 합격하고 나서 동기들 한테 물어보면 입력 안 했다는 사람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때문에 최종선발인원이 소수인 직렬의 경우에는 예측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수직렬은 정확한 결과는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가 나기 전까진 알 수 없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입력하는 표본의 숫자가 늘어납니다.
시험 당일 최초 발표되는 1차 합격 컷이 380점이라고 하면 당연히 일요일, 월요일....... 2차 컷, 3차컷, 4차 컷.......차컷....... 시간이 흐를수록 합격 컷은 올라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합격컷이 올라가는 정도는 점점 둔화될 것입니다.
점수 입력자는 점점 늘어나지만, 늘어나는(새로 유입되는) 사람들이 모두 시험을 잘 본 사람들은 아닐 것이고 오히려 시험은 잘 본 사람보다 못 본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내가 어느 정도 합격선에 근접하게 시험을 잘 본 편이라면, 새로 유입되는 입력자들이 나보다 점수가 높을 확률보다 낮을 확률이 더 큽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 점수가 1배수 입력 평균보다 당연히 높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예 점수를 입력하지 않은 사람 중에서 내 점수보다 높은 사람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다만, 입력자들 중에서 허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시험에 응시하지 않고 거짓말로 조사에 혼란을 주기 위한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고
마킹실수를 해서 실제로 점수 발표가 나면, 합격예측 서비스에 입력한 것보다 점수가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허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100%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안전빵으로 합격을 예상하려면 보수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 최종 선발인원이 100명(1배수)이라면 필기시험 합격은 120~130명 정도 할 것이고 면접에서 우수를 2~30명 정도 준다고 가정하고 (면접 우수는 필기시험 성적과 상관없이 무조건 최종합격이므로) 나보다 시험을 못 본 사람들이 전부 우수를 받는다고 가정하고 (실제로는 우수 받는 사람들 중에서는 나보다 필기시험 점수가 높은 사람도 많고 나보다 필기시험 점수가 낮은 사람도 많습니다) 필기시험 점수로만 70~8070~80등 정도 해줘야 면접에서 보통만 받아도 합격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합격예측 서비스 상에서, 최종선발인원이 100명인 직렬에 내 등수가 현재 70~80등 정도라면 면접에서 보통만 받아도 최종합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일 내 등수가 현재 100등 정도라면 필기시험 정도는 합격해서 면접을 보러 갈 수는 있겠으나 면접에서 우수를 받지 않으면 합격하기가 만만치 않겠지요. 만약 현재 120~130등이라면 필기시험 합격조차도 간당간당합니다.
합격예측 서비스를 이용할 때 점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등수가 중요합니다.
제가 수험생이던 2017~2018년엔 합격예측 서비스를 이용하던 시절엔 입력자들 중에서 내 등수가 몇 등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입력자 명단 중 내 점수보다 높은 사람을 블록 설정해서 복사하고 엑셀을 열고 붙여넣기 해서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지금은 그냥 등수 자체를 알려주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제가 직접 확인해보진 않았습니다.
우수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주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는 달라집니다.
제가 합격한 또 다른 시험 중에 지방직 7급 시험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당시에 5명을 최종 선발하는데 필기합격자는 6명이었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비공개 사항이므로 제가 알 수는 없지만 미루어 짐작컨대 해당 면접에서는 우수자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모두 다 보통을 받는다면 필기시험 성적이 가장 낮은 사람이 불합격하겠지요. 당시에 제가 필기시험 6등은 아니었습니다. 저에게 필기시험에 합격했다는 문자는 왔는데 발표되는 필기시험 합격선이 제 점수는 아니었기 때문에 유추가 가능했습니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종 합격 했을 때 보다 필기 합격선 발표되었을 때가 더 기분 좋았습니다. 면접에선 미흡을 받지 않을 자신도 있었고 지방직 면접에서 우수를 3명~4명씩 여럿 줄 것이라고 생각도 안 했고 심지어 그렇게 우수를 뿌려대면 저도 우수를 받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저의 필기시험 등수가 6등이었다면 우수를 받지 않고서는 도저히 합격할 방법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지방직 면접에서 미흡자는 그렇게까지 잘 나오지는 않으니까요.
생각이 많아지는 일요일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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