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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이야기

공시생 99%, 면접 ‘미흡’ 걱정에 신경쇠약 걸릴 지경(미흡 받을 가능성에 대해)

by (^ㅛ^) 2021. 4. 22.

면접 미흡에 대하여(면접 미흡 걱정은 이제 그만~)

공무원 면접이 인생 첫 면접이거나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가 박한 사람들은 면접 미흡 걱정을 엄청나게 한다. 정말 엄청나게 한다. 면접 시즌이 되면 매번 공무원 수험 카페에 미흡 걱정 글이 무더기로 올라오고 미흡은 아닐 거라고 위로의 댓글이 달린다.

 

미흡 걱정하는 사람들끼리 자신도 미흡 걱정하고 있으면서 상대방은 미흡 아닐 거라고 서로서로 댓글로 위로하며 결과를 피를 말리며 기다린다.

 

공무원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의 하루 일과가 그렇다. 늦잠-아침에 일어나자마자미흡 걱정-오후에 친구 만나서 미흡 걱정-저녁엔 9꿈사에서 미흡 걱정-넷플릭스 보다가 미흡 걱정-잠-꿈에서 미흡 걱정-늦잠....... 무한반복이다. 카페에 미흡 걱정 글 올리고 댓글 달고 서로 위로하고 안심하고 다음날 다시 미흡 걱정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공무원 면접의 룰(우수·보통·미흡)에 대하여

공무원 시험의 필기 합격자 선발 인원은 최종 선발인원의 보통 1.2~1.31.2~1.3 배수정도가 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1.5 배수까지도 선발된 사례는 있으나 보통 1.2~1.3 배수라고 보면 된다.

 

면접에서 우수를 받으면 자신의 필기 성적에 상관없이 최종 합격이 되고, 면접에서 미흡을 받으면 자신의 필기 성적에 상관없이 불합격하게 된다.

 

100명을 뽑는 시험에 1.2 배수를 필합 시켰다고 하면 120명이 면접을 보게 된다. 120명을 성적순으로 1등부터 120등까지 나열했다고 치면, 면접에서 보통만 받아도 안전하게 합격할 수 있는 성적은 몇 등일까? 우수를 받은 사람의 비율이 몇 % 인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만약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우수를 받는다고 하면(20%) 우수를 받는 24명은 필기 성적에 관계없이 무조건 합격하게 된다. 그러면 100명 중에 24명을 뺀 76개의 자리가 남아있는 것이고 이 76개의 자리는 면접에서 보통을 받은 사람들 중 필기시험 성적이 높은 사람이 가져가게 된다. 따라서 우수를 받는 비율이 20%라고 가정했을 때 본인의 시험 성적이 96등은 되어야 보통만 받아도 최종 합격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본인의 필기시험 성적이 최종 선발인원의 1 배수를 넘어간다면 최종 합격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 본인의 필기 성적이 최종 선발인원의1 배수가 넘어가도 합격하기도 한다.

 

내가 피눈물을 흘리면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2017년 국가직 7급 시험이 딱 그랬다. 그 당시에 필기시험 합격선은 495점이었다. 최종 선발인원은 206명이었고 필기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285명(1.38배수)이었다. 거의 1.4 배수였는데 공무원 시험 치고 적은 배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많이 뽑았는지 유추해보면 아마 동점자가 많아서 그랬을 것이다. 2017년부터 국가직 시험에 정보처리 및 사무관리 분야 가산점(컴퓨터활용능력 등) 제도가 없어지면서 0.5% 또는 1% 가산이 없어졌다.

 

만약, 시험에서 495(99문제를 맞힌) 받은 사람이 1% 가산이 있으면 499.95점(495×1.01)이었고 0.5% 가산이 있으면 497.475(495×1.005)점이다.

 

그런데 0.5% 가산과 1% 가산이 없어지는 바람에 495점 받은 사람이 3그룹(495/497.475/ 499.95)으로 세분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495점 받은 사람을 모두 필기시험에서 탈락시키면 최종 선발인원206명을 채울 수 없었던 것 같다. 아니면 206명보다 살짝 많아(이를테면 210) 인사혁신처가 정한 필기 합격인원 배수(이를테면 1.1 배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을 수도 있다. 실제론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대충 500점을 받은 사람이 200명이었고 495점을 받은 사람이 85명 정도였다고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수를 받은 사람이 57명이라고 가정해보자(20%) 그렇다면 206개의 최종 선발 TO 중에 1등부터 57등은 면접 우수받은 사람이 차지하고 58등부터 나머지 149개의 자리를 놓고 보통 받은 사람들끼리 경쟁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206등을 한 사람도 필기 495+ 면접 보통이고 207등도 필기 495+ 면접 보통인 상황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똑같이 면접에서 보통을 받았고 필기시험 성적도 같은 사람을 선발인원이 제한되어있다고 불합격시킬 수 없었으므로 동점자를 모두 합격시킨 것 같다. 따라서 257명이 최종 합격했다. 285명 중에 떨어진 사람 28명은 면접에서 미흡을 받았거나 응시를 포기했을 것이다.

 

당시에 내 필기시험 점수가 490점이었는데 한 문제만 더 맞았더라면.......

 

본인의 필기 점수가 몇 점이고 합격선이 몇 점인지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합격선은 필기합격자가 발표되면서 공지가 바로 되지만, 본인의 필기 점수는 어떤 시험에서는 공개가 되지 않기도 하고 어떤 시험에서는 필기합격자 발표 전에 확인할 수 있는 기간이 짧게 주어진다. 때문에 시험 일정에 신경을 써야 한다. 공무원 시험 특성상 한 문제에 여러 명이 몰려있다 보니까 합격선보다 1문제 더 맞았다고 하면 대체로 면접에서 보통만 받아도 합격한다. 본인의 점수가 곧 합격선이라면 면접에서 우수를 받도록 전략을 세워서 면접 준비를 열심히 해야 한다.

 

면접의 룰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이제 미흡 걱정을 하는 분들에게 나와 내 주변의 실제 사례를 소개하겠다.

 

실제 사례 소개

나와 같은 시기(‘17)에 국가직 9급 면접 결과를 함께 기다리던 동료가 생각난다. 그분은 병무청 지역 일행을 응시했는데 필기 성적이 좋았다. 거의 1~2등이었던 것 같다. 우수는 고사하고 보통만 받아도 합격하는 높은 점수였다. 그분이 면접을 보고 나서 나에게 연락이 왔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면접을 조금 못 봤다고 한다. 면접관이 물은 것과 본인이 대답한 것을 복기하여 나에게 보여줬다.

 

참고로 나는 공무원이 되기 전에 사기업 면접을 1차 면접, 2차 면접, 3차 면접 등 모두 포함하여 20번 넘게 봤다. 다대다 면접, 다대일 면접, 합숙면접, 음주 면접, 토론 면접, PT면접, 종일 면접 등 우리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면접을 경험해 봤다. 취준생 때 매주 1~3회씩 면접 스터디 그룹만 1년 반 동안 운영해 온 나름 면접에 대해선 자칭 전문가다.

 

내가 보기에 그분의 면접은 나쁘지 않았다. 조금 아쉬운 답변은 있었으나 결코 미흡을 받을만한 답변은 아니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절대 미흡각 아니라고 안심시켜드렸고 나는 그 이후에 더 이상 고민하지도 않았다. 정말 미흡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그분은 나에게 울면서 전화를 했다. 노량진 수험가의 유명 면접 강사에게 면접 복기한 것을 보내줬는데 그 강사가 미흡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결과는 아직 안 나왔으니 일단 기다려보자고 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분은 병무청에서 훌륭하게 공직생활을 해내고 계신다.

 

지금도 이때 생각만 하면 화가 난다. 하루하루 행복하게 놀러 다니기에도 모자란 시간에(물론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어렵지만) 못 보지도 않은 면접에 가슴 졸이고 스트레스받으며 매일 울면서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은 어땠을까? 면접 강사들이 지나치게 미흡 공포를 조성하여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국가직 9급 필기시험에 합격할 것 같아 면접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서 노량진에서 유명 면접 강사가 면접 준비반 홍보(OT) 강의를 하길래 찾아가서 손을 들고 질문한 적이 있다.

 

나의 필기 등수가 몇 등정도 하면 면접 준비에 힘을 덜 쏟아도 되는지 물어봤다. 왜냐하면 나는 당시에 국가직 9급이 최종 목표가 아니었다. 지방직 7급까지 뒤에 시험이 많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강사가 그랬다. “그런 질문 하다가 떨어진 사람들 수두룩하게 봤습니다.” 기분이 나빴다.

 

나는 당시에 100명 중에 75~80등 정도 하는 성적이었다. 오랜 고민 끝에 나는 보통만 받아도 합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나름의 소신 판단을 하였고 결국 국가직 9급 면접 준비를 거의 하지 않았다. 결과는 어땠냐고? 당연히 합격했다.

 

공포 마케팅을 펼치는 강사의 입장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본인의 강의를 열심히 들어야 되는 사람은 사실 합격선에 걸쳐있는 20명의 사람이지 합격선보다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만 받아도 되는 사람들에게도 수업을 제공하고 돈을 벌고 싶을 것이다. 반드시 우수를 받아야 되는 사람들만을 타게팅해서 영업을 하면 수익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아무튼 이 글의 결론: 웬만하면 미흡 안 나오니까 면접 미흡 걱정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