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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종」을 개봉 전 유료 시사회로 보고 왔습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영화 「랑종」에 대한 관람 후기를 남깁니다.
제가 직접적으로 영화의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을 거지만 저희 감상을 들으시는 것 자체가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읽는데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감상평
1. 눈 가리고 귀 막고 봄
당연히 이런 공포영화는 이어플러그(귀마개)는 필수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세세한 소리까지는 제대로 듣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왜 때문에 극장 사운드가 이렇게까지 빵빵한 거죠?? 소리가 귀마개를 다 뚫고 들어와서 아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사실 선글라스까지 가져가서 쓰고 보려고 했는데 (다른 관람객들한테 부끄러워서) 그렇게까지는 못하고 실눈 뜨면서 봤습니다.
2.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생각보다 영화 본편이 예고편보다 뛰어나진 않은 너낌입니다. 물론 당연히 무섭습니다. 듣는 제 귀를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무서운 음향효과, 영화의 색감, 이국적인 풍경을 기괴하게 느껴지게 촬영....... 영화의 표현 자체가 자극적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예고편에서도 충분히 영화 특유의 그 오싹한 분위기나 주인공 “밍”의 무서운 표정은 볼 수 있습니다. 영화 본편을 봐도 예고편의 충격을 뛰어넘는 충격은 그다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충격을 주는 시간과 횟수가 훨씬 길기 때문에 긴장감과 짜릿함을 오래 유지할 수는 있습니다.
3. 생각보다는 낮은(?) 수위
나홍진 감독님이 수위를 많이 낮추기 위해 노력하셨다는데 덕분에(?) 우리가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 이상의 강한 수위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강하다 약하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영화 본편은 자극적인 소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했습니다. 그냥 평범한 청소년관람불가영화 수준입니다. (세상에 이것보다 피 많이 나오고 잔인한 영화가 하도 많아서.......) 어떤 소재를 영화에서 다룬다는 것 정도만 들으신 분이라면, 그 소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시다면, 생각보다는 약하게 표현되니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본 포스팅에서 어떤 소재가 영화에 등장하는지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4. 기존의 공포영화를 뛰어넘지는 못함
관객의 시선과 카메라나 CCTV의 시선을 일치시키는 표현 방법, 페이크 다큐 형식 등 기존의 다른 영화에서 사용된 방법을 종합적으로 모아놓은 느낌입니다. 「REC」라는 2007년 영화가 생각납니다. 태국의 무당이라는 소재 자체는 신선(?) 했으나 표현해 내는 방법은 식상했습니다.
5. 점프 스케어(관객을 깜짝 놀라게하는 기법)
기억에 남는 점프 스케어는 예상 가능한 한 번 정도였습니다. 계속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점스 프케어를 너무 극혐 합니다.. 점프 스케어가 별로 없는 건 참 좋았습니다. 그 대신에 분위기가 정말 2시간 내내 오싹합니다. 주인공 “밍”이 점점 빙의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데 심장 쫄깃함이 장난이 아닙니다. 결국 이 영화 공포의 핵심은 주인공 주인공 “밍”이 점점 변해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6. 생각보다 빠른 진행
다른 리뷰들을 보면 영화 초반 1시간 정도는 후반부 1시간을 위해 빌드업하는 과정이라고 말씀하면서 조금 지루할 수 있다고 하시던데 저는 그냥 처음부터 영화 특유의 오싹한 분위기 때문에 너무 무서웠고 (역시 공포영화 고자) 진행도 지루하지 않고 빠르게 느꼈습니다.
7. 오히려 별로인 후반부
일정 시점 이후로 긴장감이 조금 풀리고 이제 이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는 다 끝났구나 싶습니다. 오히려 후반부에는 계속 더 없나? 더 뭐 없나? 더 무서운 거 없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8. 이해가 안 되는, 극 중 다큐멘터리 카메라 촬영하는 사람들의 행동
이 정도면 나서서 좀 도와줘야 되는 것 아닌가? 이정도 상황이 발생하면 조금 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촬영을 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몰입에 방해가 되었습니다. 저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극 중 인물의 행동이 납득이 안 가면 몰입이 안 됩니다. 모든 극 중 인물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으나 극 중다큐멘터리 촬영 팀의 행동만 이해가 안 됐습니다.(-_-;)
9. 배우들의 연기력은 정말 최고
영화가 아니라 진짜 실제 장면을 촬영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10. 결국 영화 내용 이해 못 함
원래 이해가 안 되는 영화인지 아니면 제가 눈틀막 귀틀막 하고 봐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스토리의 개연성과 인과관계가 조금 약한 너낌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뭔가 궁금증이 해소되는 게 없습니다. 기회 되면 내용 이해를 위해 노이즈 캔슬링 되는 에어팟 프로 친구한테 빌려서 한 번 정도 더 보고 싶네요. (근데 그래도 이해 안 될 것 같은데 어서 강스포 영화 해설과 리뷰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설명좀!!!)
□ 안 무섭게 보는 팁
1. 예고편을 많이 보고 가세요. 영화 리뷰 유튜버들이 소개하는 영상도 많이 보고 가세요. 저는 예고편이랑 유튜버들이 소개하는 영상도 무서워서 10초 정도 간신히 보고 멈췄다가 10분 휴식하고 또 10초 보고 그러면서 간신히 예고편 등을 소화했습니다.
2. 귀마개나 에어팟 프로(노이즈 캔슬링 기능 사용) 끼고 가세요
□ 마치며
1. 저는 상영관 에어컨이 추울까 봐 가져 간 겉옷을 거의 뒤집어쓰다시피 하고 영화관 맨 뒷줄에서 혼자 봤습니다. 롯데시네마에서 겁쟁이 상영회 한다고 불 다 켜고 상영한다는 말이 있는데 불을 다 켜면 다른 관람객들한테 저의 벌벌 떠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니 오히려 창피할 것 같습니다.
2. 굳이 추천할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바이럴 마케팅이 잘 된 편인 것 같습니다.
3. 뭐 그래도 그냥 킬링타임용으로 단지 무서움과 오싹함을 느끼기 위해 보시는 정도로 기대 안 하고 보실 거라면 나쁘지는 않습니다. 무섭긴 무서운 영화입니다. 제가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조금 아쉬웠을지도.......
4. 제 점수는요
관람전 기대치: 10점 만점에 10점
관람후: 10점 만점에 7점